[기자수첩] 식품유통기한과 섭취가능기간…음식쓰레기 20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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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품유통기한과 섭취가능기간…음식쓰레기 20조원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6월 04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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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입이 구진했던 기자는 냉장고를 뒤져 떡볶이를 요리했다. 오랜만에 서 본 조리대였으나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결과물에 만족감은 배가됐다. 그러나 상황은 뒷정리를 하던 중 반전됐다.

요리에 사용한 냉동만두와 떡볶이용 떡의 유통기한이 각각 일주일에서 많게는 보름 정도 지난 것을 발견한 것. 그 순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던 가족들은 "배가 아프다"는 둥 "속이 안 좋다"는 둥 돌연 반응을 바꿨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난 것일 뿐 '섭취가능기간'과는 별개의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유통기한을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냉동만두, 치즈, 우유 같은 식품 10종류에 대해 유통기한을 넘겼을 때 언제까지 먹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섭취가능기간'은 소비자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 보다 길었다. 유통기한과 식품 신선도와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우유는 유통기한을 지나 무려 50일까지도 먹을 수 있었고 액상커피는 30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이었다. 물론 전제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에 적힌 보관 요령을 준수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호주의 경우 'Use by date'(소비기한), 'Best before date'(최소보존기한)으로 식품기한 표시제도를 세분화하고 있다.

미국은 'Sell by date'(판매기한), 'Use by date'(소비기한), 'Expiration date'(소비만료일) 'Close or coded date'(포장일자), Best if used by date'(최상품질기한), 'Quality assurance or freshness date'(품질보증 혹은 신선도 기한)으로 나눠 세세하게 표기한다.

이러한 식품 기한 표시 방법들은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해 권장한다. 해당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 최종기한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도는 단일화 된 탓에 음식물 쓰레기 등을 필요 이상으로 생산한다. 유통기한 때문에 아깝게 멀쩡한 음식들이 폐기된다는 얘기다.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 식품 상태를 소비자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연간 20조에 달한다.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약 2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다지 발전적이지도 않은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으로만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통기한제를 소비기한제로 변경한다면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이 염려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품은 밀봉상태, 보관 방법 등 외부적인 요인에 예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통기한이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책임지는 절대기준이 되는 것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식품을 구매하는 것도 소비하는 것도 보관하는 것도 소비자다. 그들에게 좀 더 정확한 식품 상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과연 소비기한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신선하지 않은 식품이 식탁에 오를지 의문이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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