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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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6월 04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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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중독 사회적 문제 부각…내면의 자존감 살리면 효과 두 배"
   
 

"전래동화를 들려주겠다"며 한 개그맨이 등장한다. 춘향이, 심청이에게 "이뻐"를 연발한다.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능글맞은 표정으로 까발리는 것에 시청자들은 배꼽을 뺀다.

팽배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서 나온 웃음이겠지만 그 잣대가 자기 자신에게로 오면 한 없이 냉정해진다.

특히 의상에 변화가 오는 가벼워지는 옷차림만큼 몸에 붙은 군살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더욱 예민해진다. 비단 여성들만이 아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는 공동적인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일평생의 과제' 다이어트비법으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이가 있다. 바로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이다.

유 원장은 "개인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시각과 자아형성을 찾는 '자존감'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내면 치유와 함께 아름다움을 찾는 비법을 유 원장을 통해 들어본다.

◆ "외모가 권력인 세상, 역행보단 고유의 매력 찾아야"

   
 

Q. '마음건강주치의'라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점점 예쁜 몸매가 날씬보단 마른 것으로 기준이 변하는 느낌입니다. 몸무게와 이상적인 몸매 큰 연관이 없으나 수치에 집착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 팽배에서 오는 다이어트 이상열풍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날씬해지고 싶어서 폭식하게 되고,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중독이 돼 버린 분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납니다.

제 결론은 "외모, 뭐가 중요하냐. 너의 속마음이 중요하지. 네가 자신감에 차있으면 외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건강하다. 더 날씬할 이유가 없다'는 등의 라는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모가 권력이 돼 버린 지금 사회에서 진료실 문밖으로만 나가도 얼마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지 금새 드러나는데 그런 세상의 영향력에 벗어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래서, 폭식증 환자분이 때로는 "식욕억제제를 달라", "살을 빼고 싶다" 해도 너무 엄하게 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 분들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되도록 살이 찌지 않는 방향에서 다독이면서 폭식을 줄이고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폭식증 클리닉에서는 정해진 식단을 주면서 꼭 밥을 다 먹으라고 강요해서 살이 찔까 봐 그 병원에 가지 못하고 몇 년간 폭식증으로 건강이 망쳤다고 호소하던 환자도 있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그것을 역행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가지고 개인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시각과 건강한 자아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외모콤플렉스나 다이어트 중독, 폭식, 비만으로 찾아오지만, 외모의 변화 뿐 아니라, 내면을 강화하는 '자존감' 상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는 거니까요.

Q. 실제 다이어트를 하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폐해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이 있나요.

== 어떤 이십대 여성은 날씬한 사람만 보면 질투가 심해져서 때리고 싶다고까지 하고, 날씬한 사람은 존중하지만, 뚱뚱한 사람을 보면 무시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스스로의 열등감과 우울감으로 대인기피까지 동반해서 죽고 싶은 생각까지 가지고 있던 분이 생각납니다. 소아비만이여서 죽을 각오로 다이어트를 한 분이죠. 3시간씩 걷고 운동, 식사 조절해서 6개월 만에 20키로 가까이 뺐습니다.

음식을 보면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다시 살이 찌면 어떡하나' 싶어서 자꾸 굶게 되고 저녁에는 땅콩을 한자루씩 먹고 살찌면 안되지 하면서 토하기를 반복하던 분이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체중변화가 심하고 토하는 것으로 위하수증, 식도염, 전해질 이상이 생겼고, 늘 기운없고 탈모, 우울, 불면까지 겹쳤습니다.

원인은 다이어트 성공은 내 인생의 성공이고 다이어트를 잘 못하는 날은 망한 날, 즉 인생의 실패라는 공식을 가지고 자신이나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체중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음식, 체중, 체형에 대해 잘못된 신념을 가지게 돼 살이 많이 빠져서 말랐는데도 자신은 뚱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중독이 되는 거죠.

날씬하면 남들에게 인정받는 '권력'을 경험해보면 긍정적인 강화가 생겨서 더욱 다이어트 행동이 조장되고, 날씬함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에 위안이 되는 변수가 되는 셈입니다. 자기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균형 있게 통합하고(장단점 등) 스스로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다이어트에 중독이 되거나, 연연하는 일은 크게 없을 것입니다.

Q.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과라고 하면 그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기저에는 편견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 최근 1년 우울증을 경험한 한국인이 전체 인구의 3.6%인데 세계 평균(1%)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부가 가벼운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나중에 입원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실제로 대다수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진료로 하고 있습니다. 진료비를 2배 이상 지불하는걸 감수하면서도 진료기록이 남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에 제한을 둔다면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정신과를 찾는 일을 막는 셈이 됩니다. 정신과 진료는 불면, 두통 등 여러 가지 가벼운 질환들이 더 많은데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조건 정신과 진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신과 문턱을 낮춰 심리상담이 좀더 활성화돼야 하겠지요.

◆ "'정신과' 문 턱 낮아져야…"

   
 

Q. 집필한 책 제목이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 입니다. 외모에 대한 기준이 여성에게 강하게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요즘엔 남성들도 다이어트를 하는 등 몸매관리에 신경을 쓰고 급기야 화장을 하기도 합니다. 남성들의 외모와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 강연회를 했을 때 소수의 남자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그래서 남자도 아프다'로 해달라면서.(웃음) 과거보다 더욱 남성분들은 식스팩을 가지는 사람은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난 사람 곧 능력 있는 남자로 인정받게 되고 뚱뚱한 사람은 자기 조절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남자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부합되어 '몸짱'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화장기가 있는 어여쁜 외모를 가진 젊은 남성들이 '꽃미남' '그루밍족'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요. 남성의 여성화도 많이 한 몫 했습니다. 과거에는 힘세고 마초적인 남성이 인기가 있었다면 요즘은 부드럽고 여성과 소통하는 남성이 인기가 있습니다. 조기 은퇴가 많아지면서 경험과 리더십과 같은 가치보다 젊음과 순발력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젊음'을 유지하려고 하는 남자들이 많아진 결과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신학을 공부한 이력이 독특합니다.

== 심리적인 허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만스트레스 전문치료에 집중하면서 비만과 스트레스의 기저에는 심리적 허기가 깔려 있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내가 미국에서 신학석사 마칠 때 섰던 페이퍼 중 주제가 Thirst (목마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허기', 목마름이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나 역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던 삼십대 중반, 지친 일상으로부터 도피, 마치 빨리 달리는 고속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기분으로 미국행을 결심했고 환자분들뿐 아니라 나 역시도 어떤 것으로 채우질 수 없는 허기의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신학은 신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신학은 신을 바라보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정신과의학이 과학에 가까웠다면 좀더 인문학과 상담에 가까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당시 유학은 대부분 교환의사로 가는데, 저는 과감히 유학생 비자로 4년간 의사가운을 벗었지요. 공부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의사라는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다시 한번 내 직업과 직업이 나를 정해주지 않는 상태에서의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고독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 셈이죠.

Q.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계십니다. 비법이나 다이어트 방법이 있나요?

== 아주 날씬한 상태는 지금 아닌데.(웃음) 40대가 되니 이제 체중도 나이에 걸맞는 체중이 있습니다. 비법이라면 '재미'를 추구하는 삶이겠죠. 열정과 사랑을 가질 때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남아도는 잉여 에너지를 없애 줍니다.

다이어트에 비법은 없습니다. 정석만 있을 뿐입니다. 너무 안 먹으려고 애쓰지 말고, 적당량을 먹으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을 때 살이 찌게 되니, 다시 재 점검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시간, 그게 바로 건강한 다이어트입니다.

◆ 유은정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의학박사 과정을 거친 유은정 원장은 현재 좋은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대한 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에 역임 중이며 대한 자살예방협회에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성 다이어트 심리서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와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 등이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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