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일모직·LG패션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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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일모직·LG패션의 사회적 책임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5월 21일 0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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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는 반팔 티셔츠를 사기 위해 서울 시내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

세계 3대 SPA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니클로 매장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소비자들의 손에는 여름 의류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함께 매장을 둘러보던 지인은 기자에게 "청바지는 닳아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며 몇년 씩 입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SPA브랜드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새로운 옷을 선보이니 소비자들도 철마다 옷을 버리고 새로 사는 것 같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자는 마음에 드는 옷을 몇 벌 골라 결제를 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 섰다. 한 장의 팜플릿이 시선을 끌었다.

유니클로가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리사이클 캠페인을 소개하는 팜플릿이었다. 유니클로에서 판매한 의류를 고객으로부터 자율적으로 회수, 선별작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는 내용이었다.

국·내외에서 SPA브랜드의 인기가 뜨겁다. 의류기획과 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아 유통 비용을 절감하면서 소비자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SPA브랜드가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SPA브랜드는 최신 디자인을 반영해 빠른 상품 회전이 특징이어서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한 국내 대학이 20~30대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연평균 52만원을 들여 여섯 번 SPA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패스트 패션은 빠르면 수시로, 늦으면 주 2회씩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 패션 시장 규모가 커갈수록 의류폐기물 발생 현황이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내보다 SPA브랜드가 먼저 자리잡은 해외에서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환경오염 책임론이 등장한지 오래다. 의류소비 패턴이 가속화 됨에 따라 의류폐기물도 증가하는 것.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SPA브랜드 제품은 면화와 인조섬유가 혼합된 형태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다.

스웨덴 SPA브랜드 H&M이 친환경 제품을 대폭 확대한 것은 업계에서 이미 유명해진 일화다. 유니클로와 H&M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활동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있는 셈.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넘치는' 의류쓰레기를 의식한 듯 환경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드는 국내업체들에게선 이러한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LG패션의 TNGT 등 국내 SPA브랜드는 점포 늘리기에만 급급, 소비를 부추기는데만 바쁜 모습이다. 

국내 SPA브랜드 상황은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SPA 활성화 방안이 잘 대변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한국형 SPA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장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겠다"며 "기획, 생산, 물류, 판매 등 공급체인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문제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SPA브랜드 출범 초기 단계라 이미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글로벌 SPA브랜드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해외 SPA브랜드와 전면전을 선언한 토종 SPA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인프라와 공급체인이 전부가 아니다. 당장은 기업 이익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지 모르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짊어져야하지 않을까.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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