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상태바
최종일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5월 22일 15시 5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대표 캐릭터 '뽀로로'…아이들 꿈 키워줄 애니메이션 만들 터"
   
 

전세계 120여 개 국에 수출된 우리나라의 '간판' 캐릭터.

장남감, 의류, 생활용품 등 1500개가 넘는 각종 용품에 붙은 로열티로만 연간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캐릭터. 어린이들에게 대통령, 하느님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뽀통령', '뽀느님'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큰 고글을 쓴 펭귄 캐릭터 '뽀로로' 이야기다.

2003년 등장한 뽀로로가 어린이들의 우상이 된지는 오래, 2012년 현재는 사실상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뽀로로 아빠'로 잘 알려진 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 기본 앱으로 깔리는 '뽀로로'

Q. 뽀로로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실현이 되면 대단한 일 아닌가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기본 설치 권장 앱이라 사용자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됩니다. 일단 동영상형태로 깔리고 추후 확대∙발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 앱 중에서 외부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앱은 뽀로로가 유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뽀로로를 어린이들이나 자녀가 있는 어른들이 많이 찾는 콘텐츠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Q. 뽀로로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미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방영 됐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굉장히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유아들의 정서와 뽀로로가 잘 맞는다는 얘기겠죠. 유아들은 크면서 어른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그 사회에 맞는 문화를 배우게 됩니다. 뽀로로를 보는 친구들은 그 이전 단계인 유아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전 세계 어린이들이 뽀로로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Q.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할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호조사를 하는 등의 체계적인 방법은 딱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뽀로로를 만들 때 유아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관찰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놀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호기심을 느낄만한 대상을 애니메이션 소재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뽀로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외부에서 유아교육이나 유아심리를 전공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체계적인 조사나 통계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닙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제작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혼재돼 있습니다. 사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정확히 찾아냈다 하더라도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많습니다.

   
 

Q.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 영감이랄까,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임은 분명합니다. 창의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기 보다 많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30초짜리 이야기를 만들 때 저는 2~3시간 정도를 고민합니다. 10초짜리를 쓰려면 1시간 정도 고민을 하겠죠. 주인공인 뽀로로가 크롱이 컵에 담긴 물을 마시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봅시다. 어떻게 할 것인가, 10초짜리로 여러 이야기를 써 봅니다. 크롱이 먼저 컵을 잡았는데 뽀로로가 이를 빼앗는다 던지, 크롱이 컵을 들어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뽀로로가 옆에서 머리를 들이밀 수도 있겠죠. 여러 가능성을 놓고 그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고릅니다. 아이들을 어느정도 관찰하다 보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웃는지 알게 됩니다.

◆ "좋은 작품 만들어도 소비되기 어려워…선순환 구조 만들어져야"

Q. 뽀로로가 탄생하기 까지 실패의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요.  가족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광고 일을 하다가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한 게 1995년입니다. 뽀로로가 첫 방송된 것은 2003년이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작품을 만들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이 좋았기 때문에 제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가족들이 제 선택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일을 계속 할 수 없었겠죠. 어려운 순간에도 잘 견뎌주고 저를 도와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뽀로로 첫 방송 당시 우리 큰 아이가 7살, 둘째가 4살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제 애니메이션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것 좀 봐", "재미있어"하고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때는 미안했습니다. 뽀로로는 달랐죠.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이나 함께보는 친구들이 집중했습니다. 그때는 뭔가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Q. 최근 '로보카폴리'라는 뽀로로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폴리의 성장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강한 경쟁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발할테니까요. 조금 건방진 얘기지만 뽀로로는 오랫동안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폴리가 등장하면서 우리도 긴장하게 되고, 그쪽에서는 뽀로로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폴리를 비롯한 좋은 애니메이션들이 하나하나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Q.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언급하셨는데요. 현 상황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 선순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시장에서 소비가 되고, 소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부가가치가 다시 새 콘텐츠를 만드든데 투입돼야 합니다. 현재는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소비 되기가 어려운 환경입니다. 지상파 TV는 사실상 어린이들이 TV시청하기 어려운 오후 4~5시에 애니메이션을 편성합니다. 그 시간에는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데 말이죠. 케이블채널이나 각종 전문채널들은 이미 인기가 검증된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주로 편성합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는 몰라서 못 보는 겁니다.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국내에서 사업적인 성과를 못 내는 이유죠. 구조적인 몇몇 문제만 해결되면 국내 콘텐츠 산업은 굉장히 빨리 발전할 것으로 봅니다.

Q. 한국적 캐릭터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선행투자가 필요한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뽀로로는 이미 국내 시장이나 해외시장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검증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디즈니나 일본의 헬로키티처럼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되도록 더욱 육성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마켓팅과 전세계 관심있는 업체들을 수평적으로 연결해내는 노력들이 뒤따라야 되겠지요. 가능성도 맛보았고 방법도 알았으니까 실천만 남은 셈이지요.

아울러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후속 컨텐츠가 나와주지 않으면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묶어두기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좋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최종일 대표는?

성균관대(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방송영상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최종일 대표는 1991년 금강기획에 입사, 1996년 금강기획 애니매이션 사업팀을 거쳐 2001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를 출시한 최 대표는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대한민국캐릭터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