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옷 가게로 바뀌는 강남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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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옷 가게로 바뀌는 강남 '영풍문고'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4월 09일 0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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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지역 대표 서점 중 하나인 '영풍문고' 강남점이 4월 중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풍 측은 "센트럴시티와 임대 연장 문제를 계속 협상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영풍문고 철수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이미 영문문고와 이웃이었던 음반매장 신나라코드는 지난달 문을 닫았고 영풍문고가 빠진 자리에 유니클로, 자라와 같은 SPA브랜드가 입점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입소문까지 돌고 있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이후 영풍문고는 12년간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에서 누군가에게는 '만남의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버스 시간을 때우는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지식의 장'으로 애용돼 왔다.

기자 역시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대학시절 영풍문고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슬쩍 들춰봤던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의 '권력과 언론'이라는 책에 감명받아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게 됐다는 추억이 있다.

영풍문고가 센트럴시티를 떠나는데에는 매출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를 매출의 일정 비율로 내는 '수수료 매장'인데 최근 임대료가 줄어들면서 센트럴시티 측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사실 서점들의 감소는 비단 어제 오늘일 만은 아니다. 동네 작은 서점들은 줄어 든 책 판매량에 줄줄이 폐업해 이미 자취를 감췄다. 지난 5년간 서점의 숫자가 크게 줄어 업계에서는 '서점 폐업 도미노'라는 섬뜩한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업계에선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을 꼽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책을 사보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기자의 지인은 전자책을 구매해 아이패드를 통해 독서를 한다.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어두운 곳에서도 별도의 조명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편리성'이 주요이유다.

책은 꼭 지면활자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지인도 있다. 그는 책을 구매할 때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 산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고 요즘엔 '당일 배송'은 '기본'인 탓에 굳이 서점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 지마켓과 11번가,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 서점들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오픈마켓 인터넷 서점들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등을 무기로 하고 있다. 다른 제품들을 팔면서 생기는 적립금 등을 활용해서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의 유통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단순히 '책을 읽지 않아서'라고 하기엔 다소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100만권의 판매고를 올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흥행 사례도 있다.

업계는 우리나라의 발달된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해 판로를 다양화해 책값을 낮추고 소비자들의 다양화된 니즈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전사하는' 서점들을 보며 안타까워 하며 동정표를 얻을 것이 아니라 변화되는 시장을 읽어 능동적으로 선점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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