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총리와 한국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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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총리와 한국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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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에 지독한 삭풍이 몰아치던 2006년 1월 28일, 인민들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원자바오 총리가 이 지역의 농가를 방문했다. 그날 행적을 인터넷뉴스에서 본 라오치(老旗)라는 한 네티즌은 원 총리의 점퍼가 무척 낯익다고 느껴 과거의 뉴스를 검색해보았다.

중국 산동성에 지독한 삭풍이 몰아치던 2006년 1월 28일, 인민들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원자바오 총리가 이 지역의 농가를 방문했다. 그날 행적을 인터넷뉴스에서 본 라오치(老旗)라는 한 네티즌은 원 총리의 점퍼가 무척 낯익다고 느껴 과거의 뉴스를 검색해보았다. 색이 바랜 그 점퍼는 바로 11년 전인 1995년 쓰촨의 농가를 방문 했을 때 입었던 그 옷이었다. 라오치는 감동한 나머지 자신의 소감과 함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자세히 보고 또 봤지만 11년 전 바로 그 점퍼다. 총리는 아직도 그 겨울옷을 입고 있다. 총리여, 아 총리여."



삽시간에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은 감동의 댓글을 달았고 이는 국제뉴스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해 가을 낡은 점퍼에 이어 이번에는 원 총리의 떨어진 운동화가 화제가 됐다. 현장 시찰 때마다 몇 년을 신 어서 앞부분에 구멍이 뚫렸는데 이 신발을 버리라고 한 참모진을 야단치며 다시 찾아다가 수선집에 맡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원 총리의 소박함에 중국인민들의 감동은 메아리로 펴져 나갔다.

"보통 노인 같은 원 총리-, 부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닮기를 기원 합니다"

저우 총리가 누구인가. 마오저뚱과 혁명을 주도하고서도 죽을 때까지 최고 권력에 대한 미련 없이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서 외교, 국가운영을 챙긴 안 살림꾼, 덩 샤오핑 같은 실용주의자들을 보호해 지금의 중국 을 이끌어준 선각자, 죽을 때 단돈 5천 위안(90만원)의 유산을 남긴 청빈총리, 그래서 중국인들은 저우언라이를 최고의 총리로 가슴속에 새기면서 원 총리가 그를 닮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높고 깊으니
무궁한 진리를 생각하게 하고
하늘을 바라보면 엄숙하고 깨끗하니
정의감이 내 가슴을 채우네
하늘을 바라보면 자유롭고 조용하니
그 넓은 가슴이 내 영혼을 쉬게 하네
하늘을 바라보면 늘 아름답고 빛나니
그 영원한 치열함이 희망의 불꽃 되어 내리네

원 총리가 힘들 때마다 홀로 암송하는 시(詩)다. 그는 1942년 텐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베이징 지질대를 졸업하고 변방으로만 돌아다니며 지진과 수리를 예측했던 소박한 공무원이었다. 쓰촨 대지진때 현장 에 달려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옆에 쭈그리고 앉아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으니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 달라고 구호대를 독려하는 모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원 총리는 늘 이 시귀처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두 총리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가슴속에 뜨거움을 불어 던져주는 엑스타시로 다가온다. 이것이 중국인민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돌아보게 된다. 왜 우리나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천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위장전입으로 한해에 천여 명의 민초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는 주민등록법이라는 실정법을 어겼는데도 총리나 국무위원의 범법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인지. 총장시절 외부 업체로부터 1억원의 고문료를 받고도 소득세를 내지 않은 행위를 조사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눈감아 줘야 하는지. 미국유학 시절 어머니가 별세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는 병역기피 의혹히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해야 마땅하지 않는지--.

안 그래도 개발경제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부자 되기라는 목표만 달성하면 적당한 탈법은 눈감아 주는 관습 때문에 이 나라의 기강이 무너졌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정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스스로 벗어나기를 거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덕적 결함 속에서 어떻게 지도력과 존경심이 나오겠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법과 도덕이 무너진 나라들은 한 나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총리 임명을 받은 정 총리에게 그의 스승인 조순 전부총리가 "중국의 원자바오처럼 국민을 위해 일해보라"고 당부했다는데 지금부터 밤을 세워 노력하면 정운찬 총리가 원자바오 총리처럼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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