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16년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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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16년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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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디어들은 자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자고 외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를 연일 대서 특필했다. 뉴스만 틀면 자민당의 자객으로 묘사되는 그의 결단과 비젼을 보도했다.넉넉한 풍모에 전형적인 승부사 기질을 가득 머금은 그의 캐리커쳐는 주간지와

일본의 미디어들은 자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자고 외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를 연일 대서 특필했다. 뉴스만 틀면 자민당의 자객으로 묘사되는 그의 결단과 비젼을 보도했다. 넉넉한 풍모에 전형적인 승부사 기질을 가득 머금은 그의 캐리커쳐는 주간지와 월간지 표지로 넘쳐났다. 이때가 1993년, 그의 나이 51세 때다. 고향 이와테에서 1969년부터 내리 10선을 기록하며 자민당 간사장까지 지냈고 차기 수상감으로 지목돼 왔지만 보장된 비단길을 버리고 자민당 탈당과 신당창당이라는 험난한 자갈길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가을 도쿄출장길에 시내 대형서점인 기노구니야에 들렀다. 오자와가 쓴 베스트 셀러 "일본개조계획"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민당의 귀족정치인에 자치상과 간사장을 역임한 오자와가 왜 일본을 통째로 바꿔야 산다고 역설하면서 자민당을 떠났는지, 그가 내세우는 개혁의 코드는 무엇인지, 오자와는 어떤 인물인지 등이 궁금했다. 또 비교적 지한파에 가깝고 아시아 중시의 개혁을 외치는 그에게 마음이 끌렸던 이유도 있었다. 시기적으로는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정치적으로 부각되고 신당사키가케와 일본신당 등의 출현으로 일본열도의 정치개혁바람이 거셀 때였다. 오자와의 반란은 당연히 자민당 일당지배체제를 무너트릴수 있느냐 그대로 버티느냐의 갈림길에서 일본국민들의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요인들이 또한 오자와 열풍에 불을 지폈다.

 

 "오늘의 일본에는 진정한 정치가 없다. 국회와 정치인은 고도성장이 가져다준 과실을 서로 어떻게 나눠 먹는지를 정하는 일에만 급급 한다. 자민당 일당 독주가 만들어낸 기업국가의 폐해는 정부를 기업의 변호사로 전락시켰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 행태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다수결보다는 만장일치가 미덕으로 통용되다 보니 여당은 야당의 눈치를 보느라 결단을 못 내리고 권력의지가 없는 야당은 여당이 베푸는 시혜에 안주한다. 그러다보니 자민당은 일본의 반영구 집권당이 되고 일본은 관료집단이 만든 각종 규제 장치로 돌아가는 사회가 됐다. 당연히 관료제의 철저한 개혁을 통해 정치와 행정을 한꺼번에 뒤집어야 한다. 더 이상 정경유착의 악취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는 경제대국보다 책임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행정 분야는 일본전국을 300여개의 광역시로 개편해 생활중심의 도시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지방분권기본법을 제정해 지방정부에 권한과 재정을 동시에 이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특히 아시아 주요국가 각료회의를 상설화해 아시아중심의 외교정책을 펼쳐야 일본이 살수 있다. 또 유엔평화유지부대를 창설해서 전 세계 분쟁지역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전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일본형 집단사회에서 이제는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생활국가로 거듭 나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쿄로부터의 자유, 기업으로부터의 자유, 장기노동시간으로부터의 자유, 연령 성별로부터의 자유, 규제로부터의 자유 등 5가지 자유가 재팬 드림(Japan Dream)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09년 여름, 오자와 이치로는 민주당의 압승을 주도하면서 자민당 정권을 끝장내는 감격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새벽까지 NHK 방송의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책장에 꽂아 두었던 낡은 책 "일본개조계획"을 다시 펼쳐 보았다. 책장은 바래고 먼지가 내려 앉았지만 오자와의 개혁철학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였다. 유엔 평화유지군 창설 등 이미 실현된 내용도 있지만 오자와 플랜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선거정책으로 또 하토야마 내각의 개혁숙제로 이어지고 있다.

 

오자와가 일본개혁을 역설하고 자민당을 떠날 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경제는 일류, 일본정치는 삼류"라고 비아냥 거렸다. 현상을 바꾸기 위한 정치가 오자와의 집념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준비하고 기획하고 참고 다듬고 보듬어서 꿈을 현실로,정책으로, 비젼으로,담아낸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우리는 어떤가. 일본보다 문제가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아 보인다. 300여명의 선량들은 무슨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낼까? 남북관계와 계층갈등해소, 지역통합, 노조개혁, 고령사회 준비 교육개혁 등 현실의 숙제는 어느 것 하나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역사란 항상 개혁하는 자를 주인공으로 그려내면서 발전해 왔다. 한국개혁의 주인공이 되려거든 일본 민주당 간사장 오자와 이치로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볼 일이다.

 

 

컨슈머타임스발행인 김경한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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