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의 스승, 지셴린(季羨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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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의 스승, 지셴린(季羨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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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그렇게 시끄럽고 뜨겁던 세상이 가고 벌써 하늘이 멀리 보인다. 선선함이 곧 싸늘함으로 변할 것을 아는지라 세상만물이 이제 감정을 추스르고 세월의 윤회를 따라 겸허히 움추려들 준비를 하는 모습들이다.한국의 2009년은 마치 중국의 1976년과 같다는 이들이 많다.

봄과 여름, 그렇게 시끄럽고 뜨겁던 세상이 가고 벌써 하늘이 멀리 보인다. 선선함이 곧 싸늘함으로 변할 것을 아는지라 세상만물이 이제 감정을 추스르고 세월의 윤회를 따라 겸허히 움추려들 준비를 하는 모습들이다.

 

한국의 2009년은 마치 중국의 1976년과 같다는 이들이 많다. 용띠해인 76년 그해에 중국에서는 인민의 스승이라 일컫던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사망했고 이어서 국민당 군대를 대륙에서 몰아내고 공산혁명을 일궈낸 홍군의 아버지 주더(朱德)의 서거, 가을에는 대륙의 큰 별 마오쩌둥(毛澤東)이 운명했다. 이 혼돈 속에서 그해 덩샤오핑은 실각에서 극적으로 복권에 성공해 오늘날 인민들의 존경을 받는 개혁개방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운명이 바뀐 한해로 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2009년 소띠 해, 한국은 33년 전 중국의 격동기와 복사판이다. 2월에 우리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 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뒤이어 5월에는 노 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 8월에는 김 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모진 2월의 추위속서 명동성당 근처를 잇던 수십만의 애도행렬도 쏟아지는 여름비속에 울분으로 밤을 지새우던 수백만 명의 노 전대통령 추도물결도, 이 나라 민주화와 민족통일의 정신적 지도자를 잃어버렸다며 국장으로 애도를 실어 보냈던 김 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도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들었다.

 

겉으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 정권이 바뀌면 아직도 후진적인 정치 보복으로 날을 지새우는지에 대해. 왜 인재들을 고루 등용하지 않고 편중된 인사로 사람들의 감정을 사는지. 왜 지역갈등이나 계층갈등이 아물지 않고 깊어지는지. 왜 회사는 망해도 노조만은 살겠다고 끝장을 보려는 구시대적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지. 왜 국가의 백년대계를 정파의 이익에 따라 뒤집었다 엎었다 하는지. 조금씩만 양보하면 참 좋은 나라 만들 것 같은데 당리당략이 아직도 21세기의 화두인지.

 

생각이 이쯤에 이르다 보면 감정도 상하고 불만이 쌓여 민초들 역시 자신을 다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난 중국국민의 대 스승 지셴린(季羨林) 선생을 떠올리게 된다. 문화혁명과 대약진 운동 등 격동의 시기에 지식인이 당할 수 있는 온갖 박해와 고통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98세까지 의연하게 철학자의 길을 걸어온 삶과 순수함 때문에 중국 국민들은 "국보급 스승" 으로 그를 예우하고 있다. 95세에 써낸 그의 철학적 에세이 "다 지나간다"로 어지러웠던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여밀 수 있을까?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용서도, 사랑도, 미움도, 행복도, 불행도, 생명도 다 지나갑니다. 우리들의 불꽃같은 사랑과 배려의 마음만이 또 그런 삶이 이 세상을 모두의 낙원으로 만들 것 입니다 ."

 

100년 가까운 인생을 산 선인의 고뇌어린 충고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운명처럼 살다 가라는 뜻도 되겠지만 그 안에는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그의 인생에 대한 시각이 젖어있다. 모든 일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다보면 참 행복과 평온의 깊은 의미를 스스로 알게 된다는 지센린의 생각,
그는 또 도연명의 유명한 시를 인용해 세상을 대하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깊은 생각은 삶을 다치게 하는 것
마땅히 운명에 맡겨둬야지
커다란 조화의 물결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 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게 생각 마시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배려하고 좀더 차원 있는 이승을 만드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목표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위한 평정심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추구되어야 할 가치로 여겨진다.

 

토니 로빈스는 말했다. "당신 삶에도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얼어 죽고 어떤 사람은 스키를 탄다." 세상의 불만과 상심에 마음을 다 풀어 버리면 의욕마저 꺽이고 만다. 끝내야 할 곳에서 털어버리고 한 겨울의 스키를 준비하자. 가고 싶지 않은 길이 펼쳐져 있으면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웃으며 그 길을 갈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 그것만이 개인이 할 수 있는 불안과 상심의 치료법이다.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존재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지 미리 계획을 세운 뒤에 태어나 그 계획을 착착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하며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요절하기도 한다.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고 적당한 수준에서 자신을 여밀 줄 알고 웃으며 그 길을 가는 것이 이 가을에 지셴린 선생이 들려주는 명심보감이다.
 

컨슈머타임스발행인 김경한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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