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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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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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역사가 재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을 펴내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최초로 사용됐다. 아메리칸 드림은 지난 200년 동안 미국이라는 신대륙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이전의 모든 속박과 사회제도를 느슨하게 풀고 개인의 성공에

1931년 역사가 재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을 펴내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최초로 사용됐다. 아메리칸 드림은 지난 200년 동안 미국이라는 신대륙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이전의 모든 속박과 사회제도를 느슨하게 풀고 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온 최선의 가치관으로 지금까지는 어떤 이데올로기 보다 압도적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아왔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를 강조한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인재와 민족들이 앞 다퉈 신대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우리나라도 벌써 100만에 가까운 재미교포 소사이어티가 형성돼 있다. 물론 현재까지도 유학생과 취업이민의 엑소더스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성공이란 주로 물질적인 부를 의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무한한 기회를 아무도 막으면 안되고 그런 환경에서 노력하다 보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나 다양성 또는 상호 의존성이 증가해가고 있는 지금의 세계적 환경에 걸 맞는 넓은 의미의 사회복지 등에는 유럽만큼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빈부의 격차는 점차 심각해지고 사회적 연대는 그 끈끈함을 잃은 지 오래다. 계층간 인종간 대결양상과 불신 때문에 지불해야하는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그런데도 사회주의가 쇠퇴한 지금 미국의 지식인들은 역사의 종말에 대해 긍지를 갖고 승리자의 입장에서 우월적 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같은 학자는 소련 공산주의 붕괴와 동서독 통일로 시장 지향적 자유민주주의가 최종승리를 거두었으며 앞으로 당분간 다른 대안이 나올 수는 없다고 단정한다. 역사의 종말에 대한 미국 지식인들의 편견을 잘 나타내주는 단면이다. 이들은 성장을 위해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고 통제되었는지에 대한 문제나 사람들이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통치되어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이처럼 서로 다른 경제, 정치적 이념이 투쟁하는 것 자체를 현대세계의 역사로 보고 있다.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속박당하지 않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 사회주의가 쇠퇴한 역사의 종말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적인 자유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영역 밖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재산을 모아야 한다. 부를 축적할수록 더욱 독립적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개인이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되어야 진정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부에서 배타성이 생기고 배타성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급 부상하고 있는 유러피안 드림은 기본적인 관점이 아메리칸 드림과는 정 반대다. 유러피안 드림은 개인보다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삶의 질, 그리고 상호의존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자유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연대감으로 보장받는 것이고 더 많은 공동체에 소속될수록 의미 있는 삶을 살수 있는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보고 있다. 개인도 행복해야 하지만 그가 속한 소사이어티나 국가가 안정되고 행복해야 개인도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메리칸 드림이 애국주의에 집착한다면 유러피안 드림은 세계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이라크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관련된 세계 어느 곳에나 병력파견을 선호하지만 유럽은 군사력 사용보다는 주로 외교와 경제원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인주의에 맞서 사회적 복리를 먼저 실현해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흐름들은 몇 년 전 "제3의 길"로 대표되는 유럽 이데올로기로 태동하기 시작해 이제는 유럽피안 드림으로 확산돼가고 있다.

최근 갤럽과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개인이 정부의 간섭 없이 목표를 추구할수 있는 자유보다는 정부가 불행한 개인이 없도록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수를 넘었다. 주요 선진국가운데 미국만이 60%의 응답자가 정부의 간섭 없이 개인이 목표를 달성 할수 있는 자유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유럽인은 70%가 빈곤퇴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미국인의 절반은 선진국들이 이미 지나치게 많은 원조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개인의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유럽인들은 95%가 남을 돕는 것이라고 답했다. 92%는 사람을 부의 정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84%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것이 개인의 중요한 가치다,? 79%는 개인의 발전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 49%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반응했다. 10가지 질문 가운데 경제적 성공은 꼴찌를 기록했다.

미국출신의 세계적 미래학자 제레미 러프킨은 자신의 저서 "유러피안 드림"에서 "미국인들은 과도한 소비로 모든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경향이 짙고 지구의 자원을 가장 풍족하게 쓰면서 자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한다. 또 무제한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강자에게는 이익을 주고 약자에게는 불리함을 준다" 고 비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으로 어필됐던 아메리칸 드림이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현실 때문에 수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피로현상이 누적되면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다.

역사의식 없이 받아들여 지난 60여 년 동안 최고의 가치로 신봉되어온 "아메리칸 드림" 성향의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은 바깥세상의 이러한 변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지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다. 세계를 아우르는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보편적 인권, 환경문제 등으로 이어지는 미래비전 설정에 개인과 정부의 역할 등을 모두가 심도 있게 고민해 볼 때다.

 

컨슈머타임스발행인 김경한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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