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상태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마는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1세기부터 5세기 초반까지  지금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독일, 동부유럽, 브리타니아(영국), 히스파니아(스페인 이베리아 반도)가 로마 영토였다. 여기에다 현재의 터키와 마케도니아 인근의 메소포타미아, 중동지역,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를 아우르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제국을 형성했다.

 

당시의 지도를 보면 지중해가 내해(內海)였을 만큼 거대한 땅이었다. 4세기 이후 를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누어 통치를 해야 할 정도로 제국은 광활했다.  영토를 빼앗기 위해 또는 그 땅들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전투가 계속됐다.  싸움에서 승리할 때마다 장군과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로마시내에서는 황제 주도로 화려한 '개선식'이 열렸다.

 

서기 402년 호노리우스 황제는 스틸리코 장군의 '개선식'을 현장에서 집전했다. 스틸리코는 북이탈리아로 쳐들어온 알라리크와 서고트족을 폴렌티아와 베로나에서 두 번에 걸쳐 대파시켰다. 계절이 8번이나 바뀌는 2년여 동안 보급이 끓기는 등의 악조건을 딛고 버텼다. 결국 서고트족을 다시 발칸반도로 퇴각시키는 기념비적인 전투를 해낸 것이다. 이날 로마시내에는 엄청난 군중이 몰려나왔다. 전성기 때 로마시내의 인구를 100만에서 130만으로 기록하고 있으니까
대충 30만 여명이 나왔을 것으로 기록은 전하고 있다.

 

개선장군은 스틸리코지만 주최는 당연히 황제다. 승리의 공로자와 별도로 로마군 총사령관은 언제나 황제이기 때문이다. 호노리우스 황제는 30만 군중과 함께 먼발치에서 스틸리코를 지켜보았다. 개선장군은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마차에 실려 의기양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만이 4두마차를 탈수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개선장군에게 특별한 대접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의 머리에는 월계관이 씌워졌다. 월계수 잎으로 엮어진 월계관은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의 승자나 황제의 머리에만 장식할 수 있었다. 이 역시 개선장군에게만은 허용됐다. 스틸리코의 얼굴은 이미 붉게 칠해져 있었다. 로마에서는 붉은 얼굴은 신이라는 표시다. 개선장군이 이교도와 야만족을 무찔러 백성의 안전을 지켰으므로 그날 하루만은 신이 되었다는 의미다. 스틸리코의 어깨는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벌어지고 상승하여 활모양으로 변해갔다.
4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개선장군의 남성미와 위용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누가 나를 방해할 수 있단 말인가. 호노리우스 황제마저 군중들과 함께 나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가."

 로마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갈채의 흥분 속에 상기된 그의 표정은 점점 자만심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때 매우 특이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환영열기에 빠진 개선장군 스틸리코의 4두마차 양옆으로 두 명의 노예가 뒤따르면서 뭔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스틸리코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뒤따르는 두 명의 노예는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를 낮은 소리로 주문했다. 개선장군은 흥분한 군중들을 향해 하늘로 솟아 오를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노예들의 주문을 듣고는 다시 엄숙해지고 또 흥분하기를 반복했다.

 

"메멘토 모리- ", 라틴어로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지금 승리에 도취해 있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게되고 그 영광이 끝난다는 것을 알라는 자만심의 경계주문이었던 것이다.

 

1964년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금까지 45년 동안이나 로마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이 5세기동안이나 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 '메멘토 모리' 정신에서 찾고 있다. 천하를 얻고 유지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겸손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낮추면서 자만을 경계할 때만이 위대함으로 나아 갈수 있다고 그의 역작 '로마인 이야기'에서 적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역대정권마다 늘 부족한 '메멘토 모리'를 목격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승리에 쏟아지는 환호에 만취해 도도함의 강물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고 만다. 선거전 몇 번이나 다짐했던 겸손지심은 자리에 오르면서 깨끗히 잊어버린다.  당연히  '메멘토 모리'를 주문하는 참모도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하늘로 치솟는 권세 앞에 그저 조아리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신하들로 늘 주변은 떠들썩하지만 잔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이들은 점점 찾기 어렵다. 비난과 야유 대신 살아있는 권력에 날마다 '메멘토 모리'를  주문하는 충신들은 없을끼.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