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종금 김종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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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종금 김종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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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컨슈머타임스 김경한 발행인] 한때 세계 최대 보험회사의 본사 건물이 한국자본의 소유로 넘어왔다. 미국 맨해튼 심장부의 AIG 본사 빌딩이 지난 8월말 매각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우리나라 자본으로 소유주가 바뀐 것이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온 금호종금이 이른바 "큰 일"을 저질렀다. 3개월 전 처음 AIG 본사 빌딩 매입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현실성이 있겠느냐 또는 마지막까지 성공하겠느냐" 는 등의 루머들이 많았지만 인수 마무리 작업이 끝난 지금은 찬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싼 가격에 너무 좋은 조건" 으로 AIG 빌딩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 김종대(사진) 금호종금 사장을 만나본다

 


 

@AIG 본사 빌딩을 우리가 사들였다는 소식부터가 우선 상당한 화제거리로 회자되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AIG 본사빌딩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입니다. 그런 상징물은 한국자본이 사들인 것 자체가 참으로 많은 변화를 실감케 한    것이라고 보이고요. 가장 큰 의미는 우리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부동산을 외국자본에 팔기만 했지 사들인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팔기만 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 자본이 연합하면 전 세계에서 어느 지역이든 부가가치 있는 부동산을 성공적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AIG 빌딩 인수전에 전 세계에서 지명도 있는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지난 5월에 있었던 인수자 선정에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계와 중동계 금융사 등 17개국에서 30여개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우리 금호종금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명됐고 최고 입찰가보다 30% 낮은 금액을 쓰고도 낙찰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6월과 7월에 1,2차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뤘고 8월말 잔금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세계적 자본그룹들을 따돌리고 협상을 성공 시킨데는 어떤 요인들이 있었는지요.  밝힐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듣고 싶네요.


*세상의 모든 계약은 다 비밀이 있습니다. 자세하게 다 말씀드릴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우리는 AIG의 고통을 함께 한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좋은 부동산을 무자비하게 후려쳐서 싸게만 사왔던 기존업체들과는 달리 AIG가 우선 사무실 건물을 그대로 쓰도록 조건을 제시했고 향후 2년 내에 되팔지 않겠다는 조건과 팔게 되면 AIG 측과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조건 등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 같습니다

 


@실제 투자된 가격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지난 6월말에 AIG 빌딩의 단독 인수자로 저희 금호종금이 지명된 이후 약 1억 5천만 달러의 인수대금을 모두 지급했습니다. 8월말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인수대금 지급은 종결됐습니다. 이 가격은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건물의 땅값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현지 신문들은 올해 맨해튼에서 가장 헐값에 팔린 건물 20위를 선정 발표하면서 AIG 빌딩을 매각 3위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로서는 미안할 정도로 싸게 이 건물을 매입한 셈이지요. 싸게 파는 대신 AIG는 앞으로 1년간 이 건물을 1달러의 임대료만 내고 사용하게 하는 조건을 수락해줬습니다. 당장 건물을 팔고 이동하기 쉽지 않은 그들의 고충을 계약조건에서 상당부분 수용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G 빌딩에 대해 국내에서는 자세한 재원을 알지 못합니다. 막연히 맨해튼의 상징이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높이 290 미터에 66층입니다. 이 빌딩은 월스트리트와 나란히 동서로 뚫려 있는 파인스트리트 70번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남부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지요. AIG 빌딩은 미국에서 마천루 건립 붐이 일던 1932년 석유와 가스 재벌인 헨리 도허티가 지었습니다. 이후 지난 1970년 AIG 본사가 사들였고 글로벌 센터로 사용해왔죠. 완공당시 기준으로 보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었고 70년대 들어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들어설 때까지 맨해튼 최고층 건물이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후 다시 최고층 빌딩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고딕식 디자인과 돌로 외벽을 장식한 것 등이 특징입니다. 현재 뉴욕시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고 미국 16위, 세계 39위의 고층건물입니다.

 


@앞으로 이 거대한 건물은 어떻게 운용해야 수익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현재 그 점을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매입한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리모델링해서 임대를 하든 아니면 경기가 좋아졌을때 다시 되팔든 이익은 상당액이 보장되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 건물을 적절한 시기에 되팔거나 시장상황을 봐서 사무실과 호텔 주거시설 등으로 나눠서 리모델링할 계획도 있습니다. 또 개보수가 끝나면 현지에서 이번 계약에 참여했던 부동산 전문업체 "영우 앤 어소시에이츠" 의 도움을 받아 뉴욕수준에 맞는 임대를 선정할 생각입니다. 수익을 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금호종금이 부동산 운영경험이 전혀 없는 소형회사고 아직 뉴욕의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있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뉴욕현지의 부동산운용 업체를 컨소시엄에 합류시켰고 가격경쟁력면에서 전무후무하게 저렴했다는 점에서 큰 걱정 안합니다. 빌딩을 사들인 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현재 바닥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좋아질 일 밖에 없고 좋아지면 임대를 놓든지 매각을 하든지 이익은 보장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매입과정을 지켜본 국내기업들이 부러운 시선과 함께 현지 진출을 검토하는 분위기들인데 문제 없겠습니까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다만 개별건물의 철저한 분석과 가격이 문제겠죠. 이때 아니면 우리가 또 언제 뉴욕의 고층빌딩을 사들이겠느냐는 점도 고려해야 된다고 봅니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IB업계의 화두는 대형화입니다. 자금력 확보와 규모 확대에 대해 금호종금은 어떤 구상을 펼치실 계획입니까

 


*금호종금의 6월말 자기자본은 1606억원입니다. 증권사로 따지면 41개 증권사 가운데 35위정도 수준입니다 투자은행의 핵심 업무인 자기자본 투자에 나설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주주 자본 확대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2006 우리PEF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재 지분 41%를 가지고 있고 원 주인이자 우리PEF 지분의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21%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지점수도 3개에 불과해 공개 영업을 하기에는 경쟁에서 힘이 부칩니다. 그러나 금호종금은 올해 대기업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쟁쟁한 대형사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매달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이제는 대형사 부럽지 않습니다. 전투력을 배양하고 자신감도 얻었거든요. 하반기에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금을 2500억원까지 늘리고 종금사만의 장점을 살려나가면 얼마든지 좋은 금융사의 길이 보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요

 


@이번 AIG 빌딩 매입을 계기로 해서 뉴욕시와 다른 비즈니스에도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금호종금은 뉴욕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발 사업에도 향후 참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화 되기 전이라 자세하게 밝힐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김종대 사장은 대신증권에서 금융업무를 시작해 동양종금, 한누리 증권 부사장등을 거쳤다. 항상 겸손하고 열정적인 그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래서인지 홍콩 싱가포르 미국등 해외의 큰손들도 끈끈한 인연을 놓지 않고 결정적일 때 그를 도와준다. 위기 시에 발휘되는 그의 해외자금 조달 실력의 비결이다. 금호종금 사장으로 선임된 뒤 단시일내에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바꿔놓았다.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서로 상생하는 따뜻한 비즈니스를 강조하는 그에게는 유난히 팬들이 많다. 핸디 4의 골프 애호가. 동시에 골초로 소문나 있다. 고민이 밀려올때는 담배만한 동지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의리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답게 금융업계에서는 김사장과  자금조달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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