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박장' 으로 바뀐 경기장…스포츠맨십 실종
상태바
[기자수첩] '도박장' 으로 바뀐 경기장…스포츠맨십 실종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2월 20일 08시 3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단순 '구경'만으로도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스포츠의 또다른 매력이다. 대리만족감도 상당하다.  

그런 가운데 터진 승부조작 소식은 이 같은 '선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국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었다. 그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프로배구 전·현직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를 받는 선수는 3개팀 15명에 달한다. 

프로야구에서도 경기내용을 조작하는 일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선수 이름과 승부조작 수법이 거론되자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프로농구 역시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관련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 10개 구단은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여 프로농구연맹에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저스포츠인 경정에서도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예상 순위를 알려준 혐의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경정 선수 박모씨를 구속했다.

스포츠 팬으로서 배신감을 느낀다.

신성해야 할 경기장이 도박장으로 전락했다니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듯 하다.

스포츠의 기본정신은 정정당당한 플레이 아닌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유는 최고의 경기력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스포츠 정신'을 잊은 선수는 경기장에서 뛸 자격이 없다.

돈을 미끼 삼아 경기내용 조작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펼치려 연습에 매진해온 동료 선수들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기만하게 된다.

운동선수로서의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면 이제라도 가르쳐야 한다. 운동을 막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프로선수들이 '스포츠 정신'을 잊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각 종목 협회와 관계자들도 승부조작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튼튼히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단속과 관련자 처벌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승부조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선수들에게 더 이상 손을 뻗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승부조작에 연루돼 스포츠계에서 영원히 추방당하는 선수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말이다.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선수들의 실책을 단순 실수로 이해하며 "괜찮아"를 외쳐야 할지 의문이다.

지금 팬들이 느낀 배신감이 선수들을 향한 더 큰 신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스포츠계는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할 때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