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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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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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은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사진=권호성 작가
"우리나라 수출비중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나빠지면 큰 일 납니다. 10년 전에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릴 정도였지만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이젠 중국이 기침을 하면 몸살을 앓을 정도가 아닌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합니다."

외과 전문의로 본명보다 '시골의사'로 더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 씨(안동신세계연합 병원장)는 2012년 임진년 새해 경제전망과 대비책에 대해 이렇게 주문했다.

또 "미국과 유럽에 대한 희망은 일단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중국이나 신흥국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중국의 물가가 상승하거나 부동산 억제정책이 나오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며 특히 내년 봄부터 가을 사이 우리경제에 중요한 시련과 도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내다봤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이어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박 원장을 최근 조찬 포럼에서 만났다.

Q. 지금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수출부문이 좋아진 것이지 내수는 회복이 덜 됐어요. 수출과 내수에 큰 폭의 차이가 생겼고 평균적으로 많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이 지표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개 금융시장과 학자들은 2011~2013년까지 경기가 좋아지면 완만하게 좋아지고 나빠지면 완만하게 나빠진다는 평가였지만, 여의도 금융가에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경제가 허를 찌르는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어중간한 변동성은 없고 자칫 잘못해 큰 일이 발생한다면 곧 이런 징후가 나타난다고 예상하고 있지요.

Q.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이나 일본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 미국과 일본 경제의 회복을 희망하면서 유럽이 함께 세계경제를 구원할 것이라고 봤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판이었습니다. 미국경제는 회복 불가능하고 앞으로 큰 기대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예상을 뒤엎고 2% 성장했다고 박수치는데 이것은 착각 이며 앞으로 30년간 미국경제는 없다고 보면 되지요.

실제로 미국경제가 작년에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재고투자를 제외한 경제 성장률이 4% 또는 2%라고 보면 실제 절반은 재고를 채우는데 쓰인 허수라고 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금융위기 때 상황이 나빠져 모든 영역에서 창고를 텅텅 비웠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지출(SOC사업 등 억지 경기부양)이 빚을 내서 하는 사업까지 합산하면 이미 2010년 말 경제성장률은 '제로'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플러스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재고는 다 채웠고 민간부문은 '제로'이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계속 부채를 일으켜 지구의 2바퀴반 이상을 도로 건설, 교량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계속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국경제는 마이너스 즉 '더블 딥'(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이중하강' 현상)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진=권호성 작가
Q. 만약 미국 의회서 부채한도를 늘려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 올해 8월 미국 정부는 부채한도를 다 소진했습니다. 미국이 추가로 빚을 내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만일 다 써 버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더 늘려 주지 않으면 국가 부도위기를 면하지 못하게 됩니다.

미국은 민간경제가 죽은 지 오래된 나라죠. 1950년대에는 가계소득대비 부채비율이 굉장히 낮았는데 1980년대부터 급증하면서 최대 124%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나마 현재에는 빚을 갚아 120%대까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기소득의 120%나 되는 빚을 지고 있는 암울한 현실입니다.

실례로 미국 사람들은 소파를 살 때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5년 치 미래소득을 앞당겨 쓰고 있는 셈이죠. 따라서 추가 소비는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빚 갚는데도 급급한 실정입니다. 과거처럼 소비를 주도하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넌센스이지요. 미국 국민들이 떠안은 빚을 정상화시키는데 최소 20년~30년이 소요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미국이 세계 제1의 소비시장이 되거나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불가능한 거죠. 즉 미국에 걸 희망은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유럽發 금융위기까지 겹쳐 글로벌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어떤가요?

== 실제 미국과 함께 그리스, 이탈리아도 엄청난 규모의 빚을 떠안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9일 이탈리아의 국채이자율은 7.5%까지 상승했었고, 미국은 주가가 폭락해 난리가 아니었죠. 이탈리아가 부도나는 것은 시간문제며 그리스, 포르투갈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그리스는 이미 끝난 나라입니다.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했지만 국채이자율이 125%라는 엄청난 이율에 나라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125%라는 이율이 실감이 잘 안 되는데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신용도가 떨어진 개인이 '러시앤캐시'에서 돈을 빌리는 이자율이 36%입니다. 불법사채도 연리 80%면 모두 다 빌릴 수 있지요. 그리스는 우리나라 신용불량자보다 국가신용이 더 나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도 국채 발행이자율이 7.25%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돈을 빌려 써도 6~7%대면 가능한데 이탈리아라는 선진국의 국채 발행률이 대한민국의 일반 직장인보다 더 못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Q. 유럽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해결책은 있습니까?

== 결론적으로 현재의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길은 부채탕감이나 유럽 안정기금 설립,유로채권매입 등 어떤 수단도 소용이 없습니다. 유럽공동채권을 발행키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은 한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사진=권호성 작가
Q. 세계경제의 미래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 신흥국 경제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되나요?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은 희망이 없고 유럽도 향후 2~3년간 회복이 안 된다고 보면 중국이니 신흥국이 세계무대의 중심축이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도 중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성장우위가 지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살펴봐야지요. 지금은 미국이 아닌 신흥국 수출이 떨어지면 한국은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습니다. 우리경제 성장의 핵심은 중국과 신흥국, 그리고 아프리카이며 이들 나라가 우리들이 주목할 '기회의 땅' 이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이들 국가는 무한한 천연자원과 엄청난 교육열로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앞으로 10년간 아프리카와 저소득 아시아 국가에 주력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보여 집니다.

Q.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신다면?

== 우리 경제는 중국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10년 전인 2000년에 한국 수출 비중의 22%를 차지했고 당시 중국은 9%대였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10%, 중국은 23%로 역전되었습니다. 현재 85%를 대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중국이 목줄을 죄면 살아날 길은 없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경제상황이 좀 나빠지면 참을 수 있지만 중국이 기침하면 몸살을 넘어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불과 10년 만에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완전히 옮겨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죠. 남북 대치상황에서 본다면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우리에게 날카로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쓰러졌지만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중국이 '시퍼렇게' 살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나빠지면 어떻게 되느냐' 이것은 처방전이 없지요. 중국 경제가 나빠질 것인가, 아닌가를 보고 대처해나가야지 이미 죽어 가는 미국을 바라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Q. 현재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 중국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 즉 물가와 부동산에 두고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것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중국정부는 물가와 부동산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성장'을 희생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4대보장보험이 없어 노후보장을 예금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데 총력을 쏟고 있죠. 중국 인민들은 예금금리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폭동을 일으켜 나라를 뒤엎을 것입니다.

두 번째 부동산이죠. 현재 베이징의 부동산가격은 중국 평균근로자의 90년간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긴축을 시도하면 금리가 급등하고 중국 경제성장의 40%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경기가 급속하게 나빠지면 경제가 침체되기 때문에 물가와 부동산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사진=권호성 작가
Q. 차기 주석 시진핑은 어디에 역점을 두고 중국경제를 이끌어 갈까요?

== 현재 후진타오 주석은 '개발 성장론자' 이지만 시진핑은 반대로 균형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시진핑 지도부가 인민들을 위해 부동산가격을 잡으려 나선다면 세계경제는 엄청난 회오리에 빠져 들게 되겠죠.

왜냐하면 중국은 경제성장의 40%를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분양할 때 껍데기만 분양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벽지, 보일러, 냉난방기기, 가전 등 관련 사업자가 나중에 공사를 도맡아 하는 방식이지요.

만약 부동산 규제로 이것을 막으면 중국경제는 부동산부분에서 방대한 수요가 줄줄이 냉각되며 침체기로 빠지게 됩니다. 이 경우 23%의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가장 큰 딜레마에 빠져들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새해 중국경제가 긴축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부동산이 계속 올라 시진핑이 부동산을 잡겠다고 나서느냐를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국 지도부는 '국진민퇴'(국가주도 드라이브 정책으로 민간부문의 문제점을 해결) 또는 '민진국퇴'(민간경제 활성화)를 반복해왔습니다. 후진타오는 '민진국퇴'의 길을 걸었지만 시진핑은 '국진민퇴' 즉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틀어 쥘)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입니다.

   
 
내년 봄에서 가을사이 세계경제의 변동성으로 우리경제에 중대한 도전과 변화가 예상됩니다.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잘못 대응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부채비율을 줄이고 덜 위험한 곳에 투자하고 중국경제를 유념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박경철 원장은?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외과전문의와 경제평론가,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골의사로 더 잘 알려진 박 원장은 현재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1년 안철수 열풍을 몰고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열어 청년들의 아픔과 고민에 귀를 기울여 청춘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와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등 다수가 있다.

대담=컨슈머타임스 장의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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