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쌍둥이 육아용품 왜 이래 비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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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둥이 육아용품 왜 이래 비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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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쌍둥이래."

최근 점심 식사 후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식후 노곤함이 싹 달아나는 소식이었다. 결혼 8개월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기쁨은 이내 곧 걱정으로 변했다. 쌍둥이를 위해 육아용품점을 찾은 후였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쌍둥이 전용'이라며 적혀있는 유모차 가격이 84만원.

매장 직원은 "쌍둥이를 태우고 다니려면 아무래도 일반 유모차 보다 무거운 중량감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위해 티타늄 합금 소재가 쓰였다"며 높은 가격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의류 가격을 확인하고는 기가 찼다. 남녀 쌍둥이 옷 한 벌에 37만원. 비슷한 여아 옷 한 벌이 15만원 임을 감안했을 때 2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아이를 구별하기 위한 색감이나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쌍둥이 전용 옷은 더 비싸다"는 직원의 억지스런 말이 이어졌다.

시장에서 굴비 두 두름을 사도 자반고등어 하나를 덤으로 얻어 오건만 쌍둥이 용품은 세 두름 가격을 내라 하니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못 먹어도 내 아이는 배불리 먹이겠다는 부모의 자식사랑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떨쳐지지 않았다.

모 인기 개그프로그램에선 140만원의 월급으로 1인당 자녀 양육비 2억4000만원을 충당하려면 '숨만 쉬면서' 15년만 벌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젊은 아빠 엄마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쌍둥이라면 그 기간이 30년으로 불어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허리가 휘는 느낌이다.

부모들의 심리를 교묘히 악용하려는 유아용품 업체들의 얕은 상술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출산 장려는 국가차원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사소한 것이나마 젊은 부모들의 경제적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세금으로 보조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비양심 기업들을 관리감독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살펴볼때다.

컨슈머타임스 신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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