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부는 소비자가 하고 생색은 기업이…
상태바
[기자수첩] 기부는 소비자가 하고 생색은 기업이…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2월 05일 08시 1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랑딸랑'

퇴근길 서울 명동 거리에서 기자의 귀에 익숙한 종소리가 들린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알리는 소리다.

겨우 걸음을 뗀 어린 꼬마가 엄마의 도움으로 천 원짜리 한 장을 빨간 자선냄비에 넣는다. 지나가던 연인들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쁜 걸음을 걷던 직장인도 저마다 마음을 보태고 조용히 갈 길을 간다.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도 닷새나 지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기부 소식을 알리는 기업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홈플러스는 125개 전국 점포에서 14일까지 '구세군 키위'를 판다. 판매금액의 1%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전액 기부된다. 키위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이웃사랑 실천에 동참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구입을 권유한다.

CJ가 운영하는 콜드스톤은 크리스마스케이크 판매금액의 1%를 CJ 나눔재단인 도너스 캠프에 기부한다. '나눔케이크'라는 이름까지 붙여 판매에 열을 올린다.

CJ제일제당은 계열 외식브랜드인 빕스, 비비고, 더 스테이크 하우스 등에서 '행복한 콩 두부'를 활용한 4가지 신 메뉴를 고객이 주문하면 판매된 개수만큼 '행복한 콩 두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신 메뉴 1만개 이상이 판매될 경우 최대 2만개의 두부를 기부한다고 홍보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매해야 기업이 기부를 하는 식이다. 이쯤 되니 기부는 연말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니스프리는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 하나당 500원과 양말 한 켤레가 빈곤아동을 위해 기부된다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 낸다.

11번가는 난방가전 기획전을 최근 진행했다. 제품 100개를 판매할 때 마다 상품 1개씩 적립해 총 110개를 복지시설에 기증하는 이벤트다.

기업들의 기부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부에 전제조건이 붙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만큼만 기부를 하겠다는 식이다.

'제품구매=좋은 일'이라는 논리를 소비자들에 각인시킨다. 기업들은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은 수익대로 올리고 기부하는 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도 쌓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기부액이 줄어 든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기부한답시고 생색만 내는 모양새다. 기업들의 기부선행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기부를 가장한 사실상 마케팅 효과를 노린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기부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을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순수한 기업들이 과연 몇이나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