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와인 '4배폭리' 탄산음료 '20배폭리'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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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와인 '4배폭리' 탄산음료 '20배폭리' 기가 막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1월 14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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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데서 파는 콜라나 사이다 원가가 얼만 줄 알아? 100원도 안 해"

패스트푸드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촌동생의 몇 해전 얘기다. 그 사이 물가가 상승했으니 100원 안팎으로 원가가 올랐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난주 소비자시민모임이 세계 각국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공개했다. '탑클래스'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소비자들 사이에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특히 수입원가가 1만원 정도인 칠레산 와인에 눈길이 모아졌다.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4배이상 가격이 뻥튀기 됐다. 유통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언론에서 빗발쳤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접근성이나 친화성을 감안하면 '와인'은 폭리라는 단어를 붙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어느 정도 대중화가 됐다 하더라도 와인은 '소맥'과 같은 서민친화적 술은 아니다. 제아무리 고가의 와인이라도 분위기나 체면을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상류층 문화가 여전히 배어있는 주류(酒類)인 것이 사실이다.

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세법상 와인 수입업자가 판매를 겸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수입상-도매상-소매상으로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유통마진이 상쇄되는 '산지직송'이나 '직거래'와 같은 거래자체가 불가능한 탓이다. 특수한 유통구조라는 '원죄'가 업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시비는 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손가락질 하기는 애매한 구도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이나 친화성이 뛰어나면서도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마실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패스트푸드업계나 극장업계의 탄산음료다.

상영관 수가 가장 많은 CJ CGV. 이 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500cc 정도 용량의 '중' 사이즈 탄산음료의 판매 가격은 2000원이다. '대' 사이즈 탄산음료는 2500원이다. 사촌동생의 발언을 곱씹으면 원가는 100원 수준. 그들만의 기준이겠지만 어림잡아도 20배 폭리다. 수치만 놓고 보면 와인은 '애교'다.

극장은 일반 대중들이 즐기기에 부담 없고 접근성이 용이한 문화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탄산음료는 팝콘과 더불어 기나긴 상영시간을 함께하는 단짝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피해가 누적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기 힘들다.

패스트푸드점도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같은 사이즈 기준 극장에 비해 음료 가격이 200~300원 정도 낮게 책정돼 있다. 그래도 최소 15배 이상의 폭리다. '무제한 리필'을 가능하게했던 이유다.

물가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시민단체들의 자체 조사결과에 '뒷북'만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역시 모르겠다.

주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서민가계를 좀먹는 '진짜폭리'를 혁파해 나갈때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행동에 나설 때다.

탄산음료를 아무리 마셔도 '소맥'처럼 개운하지 않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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