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치원화재'로 '밥줄' 위협…본말이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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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치원화재'로 '밥줄' 위협…본말이 전도
  • 강윤지 기자 yjkang@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0월 24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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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화재사고가 유치원 화재사고로 잘못 표기됐다. 원아모집 기간인데… 유치원들 타격이 크지 않겠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경북 구미 어린이집 화재사건이 터진 직후 본보에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지난 17일 오전 경북 구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 어린이가 연기를 들이마셔 중태에 빠질 정도로 화재피해는 심각했다. 본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일제히 '유치원 화재'라는 제목을 달고 사고소식을 알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던 중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기자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는 대뜸 "화재가 발생한 곳은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이라며 "제목을 고치지 않을 시 언론사에 돌아가는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관계자는 또 "'기사제목 때문에 원아들이 안 모이면 책임 질 거냐'는 유치원 원장들의 항의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압박했다.

경상북도교육청 소속의 장학사 A씨 역시 같은 내용으로 항의전화를 걸어 왔다. 심지어 유치원으로 표기한데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면 컨슈머타임스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식의 은근한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역시 어린이들을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장학사라는 타이틀이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이후 A씨의 무지가 빚은 사고로 확인돼 '사과'선에서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유치원총연합회나 A씨나 유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해 했다.

'어린이집'을 '유치원'으로 표기한 실수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해관계에 직∙간접적으로 부딪히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유치원 테두리에 포함된 일부 교육현장의 삭막한 '밥그릇 챙기기'가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것은 아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지방교육지원국 유아교육지원과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 1~2년 동안 교육을 담당한다. 반면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의거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국의 지도∙감독을 받고 취학 전 '보호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교육계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구분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이 두 '보육기관'을 비슷한 개념으로 쓰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느 곳을 가도 무관한 나이라면 가까운 곳을 찾지 굳이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지식검색에 두 기관 중 어느 곳에 아이를 맡길 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글이 종종 올라올 정도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나 '한 울타리'라는 얘기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윤리가 전제되지 않은 보육시설을 소비자들이 찾을 리 만무하다. 경제적 손실을 먼저 따지는 어른들 밑에서 아이들은 어떤 '좋은 교육'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유치원, 유치원 관계자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대다수 선량한 유치원들이 '도매금' 으로 넘겨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양심'이 절실하다.

컨슈머타임스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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