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화점 수수료'가 낳은 왜곡된 '소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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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화점 수수료'가 낳은 왜곡된 '소비시장'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0월 17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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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걸쳐 입을 외투를 하나 장만할 요량이었다.

마음에 드는 반코트가 마네킹에 걸려 있었다. 해당 매장에 들어섰다. 남성복만 취급하고 있었다. 눈여겨뒀던 제품의 가격표를 슬쩍 봤다. 60만원이 넘었다. 기자가 잠시 머뭇거리자 매장 직원이 다가왔다. 세일 품목이라며 5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도 '비싸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조금 더 둘러보고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용산역으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현대아이파크몰' 백화점이 역사(驛舍)와 맞닿아 있었다. 시간을 때울 겸 한바퀴 돌기로 했다.

그러던 중 롯데백화점에서 봤던 그 반코트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브랜드도 같았다. 하지만 가격은 40만원대로 훨씬 저렴했다. 할인 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탓이었다. 머릿속으로 한창 숫자계산에 여념이 없는 기자를 알아차렸는지 매장직원은 또 다른 '딜'을 제안했다. "'직원가'로 드릴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30만원 후반에도 구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일정금액 이상 구입하면 백화점에서 상품권도 제공한다는 부연이다. 좋은 기회라고 기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으로 불과 15~20분 정도 거리의 서로 다른 백화점에서, 세일폭에 따른 가격차가 20% 이상 벌어지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매장 직원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거긴 땅값도 비싸고 아무래도 도심 한가운데라 찾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백화점 측에 내는 수수료가 지역별로 다를 수 밖에 없죠. 입점 업체들 입장에서는 할인폭을 달리 가져가야 손실이 줄어들고… 여기서 부족한 수입을 저기서 메우는 그런 방식이라고 보시면 돼요"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소비자가 발품을 팔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유통시장의 가격구조자체를 왜곡시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음에 들었던 반코트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였다.

장사의 흥망성쇠는 '목'이 결정짓는다고 한다. 유동인구, 교통접근성, 주변환경 등이 '목'이 좋은 곳을 결정 짓는다. 그런 곳은 으레 땅값도 비싸고 비싼 만큼 생산되는 재화의 가격도 비싸다. 앞서 언급한 롯데백화점 본점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물론 책정되는 '목'의 가치만큼 수수료를 달리 받는 것이 시장질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얼마만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느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백화점들을 상대로 납품 중소기업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압박 중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 동반성장이 취지다. 김동수 공정위장과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 대표가 지난달 만나 중소기업의 판매수수료 인하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굴러들어왔던 이득을 하루아침에 포기하기는 힘들다.

시간이 더뎌질수록 중소기업의 금전적 손실은 쌓인다. 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가계부담 가중은 결국 유동성경색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세계경제 위기가 진행중인 현 시장상황에서는 보다 도드라진다.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직접타격'을 입는다. 백화점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 소비시장의 일그러진 현주소다.

백화점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소비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가 어디까지인지 지켜볼 일이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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