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코티 공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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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티 공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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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주코티 공원의 반란

  

 

중학교 때부터 1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하고 동부지역 명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그는 다시 한국의 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귀국했다. 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들고 2년 동안 무던히 취업문을 두드렸으나 헛수고로 끝났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부모들이 무리해서 유학지원을 해온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미국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었던 과거는 이미 지나간 추억이다.

뉴욕 월가의 한복판 주코티 공원에 700여명의 청년 시위대가 모였다. 그들은 자유광장(Liberty Square)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거대 금융기관의 부정부패와 탐욕을 비판하는 시위를 3주째 계속하고 있다. "일자리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이곳에서 투쟁할 생각"이라니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같다. 지난주에는 로스엔젤레스와 시카고까지 시위가 번지고 금융사를 점령하라는 SNS 문자가 긴급히 확산되었다. 700여명이 현장에서 연행됐지만 순식간에 800여명의 청년시위대가 다시 집결했다.

정보기술이 청년들의 분노를 세계화시키고 있다.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 스웨덴, 그리스 등에서 비슷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1960년 베트남 반전시위 이후 50년 만에 젊은이들이 거칠게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사회가 변혁되어야 한다는 요구다. 양극화와 탈선자본주의가 성난 지구촌 청년들을 '글로벌 앵거(Global Anger)' 로 묶어내는 분위기다. 이대로 확산되면 가까운 시간 안에 전 세계의 실업청년들이 그들의 주장을 들고 거리로 나올 분위기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홈페이지 '뉴욕점령 선언서'의 문구를 보면 이들의 분노가 잘 나타나 있다. 3년 전 금융위기 때 미국정부는 대형금융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무려 835조원의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1년 후 골드만 삭스와 JP모건 등은 천문학적인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2009년 골드만 삭스가 지급한 보너스 167억 달러는 뉴저지, 뉴욕, 애리조나,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등 5개 주의 그 해 재정적자와 맞먹는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이해하지만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는 행태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상위1%에게만 온갖 혜택이 주어지고 나머지 99%는 소외 당하는 현실이다.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상위 1% 소득계층이 재산을 탐욕적으로 불리는 사이에 청년층의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고 절규한다. 이렇게 모순이 많고 불평등한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주코티 청년들의 주장이다. 자신들의 꿈이 펼쳐지기도 전에 실업자로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

금융자본주의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조지 소로스도 청년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월가의 시위대를 이해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많은 영세사업자가 신용카드에 의존해 장사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2008년 위기이후 카드 이자율이 8%에서 28%로 뛰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영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고 지적하고 정치적 대안제시를 촉구했다. 프랑스 로레알의 릴리안 베탕쿠르나 미국의 워렌 버핏은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거둬서 일자리를 만들고 현재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현가능성은 글쎄다.

한국도 미국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희망을 잃은 중산층이 하위계층으로 빠르게 전락 중이다. 중소기업들은 곤두박질 치는 주가에 짓밟히고 환율에 멍드는 잔인한 계절을 맞고 있다. 서민들은 900조원의 가계 빚에 눌려 괴로운 신음을 쏟아내지만 은행들은 사상최대의 순이익 잔치를 벌이고 있다. 수조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저축은행은 주인들의 돈 잔치가 끝나고 서민들만 볼모로 잡혀있다. 승자가 전리품을 독식하는 시장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강자의 논리대로 끌려가는 자본주의가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경제개발 시대를 거쳐 온 장년층은 얘기한다. 2-30년 전에 비해 소득도 높아졌고 먹고 살만 해졌는데 왜 불만들이 이렇게 많으냐고. 물론 그때와 비교하면 절대소득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훨씬 더 불안해하고 경쟁대열에서 혼자 뒤처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자독식 사회로 달려온 결과물이 아닐까.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흥분하는 젊은 층은 우리사회의 강자들이 여유와 아량이 없다고 원망한다. 가진 사람이 참고 양보해야 하는데 그 반대라는 논리다. 약자들의 잘못은 크게 들춰지고 강자들의 잘못은 제대로 심판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런 모습들에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다.

무역입국의 깃발아래 수출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재정으로 각종 특혜자금을 제공하고, 산업용 전기는 대폭 깎아서 싼값에 제품을 만들도록 도와주고, 시장에서는 그 제품을 국산품 애용이라는 명분아래 사주고, 저리융자금을 통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줬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들은 경영권 편법승계를 연구하고 자녀들 앞으로 MRO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황제경영으로 정부나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잘살게 되면 실현되리라던 우리의 정의인가를 사람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운동가 오언 존스가 밝혔듯이 자본주의는 1920년대 출발 이후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데올로기로 박수를 받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해결책도 없고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를 통해 본질을 바꿔야 하는지 부자들의 관용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지 처방은 안개 속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더는 존중되지 않을 것 같다. 무겁게 현실을 돌아봐야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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