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전대란 '미필적 고의 살인미수죄'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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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전대란 '미필적 고의 살인미수죄' 적용해야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9월 19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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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認容)한 심리상태.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참조)

"거의 없다고 봐야죠."

전원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의 종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상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력 수요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관계당국의 해명이 있었다. 그러더니 전력거래소가 예비전력을 허위 보고했다는 발언이 주무부처 장관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 해당 장관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한다고 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사무실 전원이 꺼져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거나 엘리베이터에 수시간 동안 갇혀있었다는 등 피해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명(人命)과 연결시켜 놓고 보면 특히 병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발생될 수 있는 대규모 인사사고 개연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생명이 위독한 배우의 생사를 결정짓는 '단골' 의료기기가 있다. 심폐소생기와 산소호흡기다. 앞서 병원관계자가 언급했듯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전자제품이다. 이들 장비도 예외는 아니다.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아무짝에 쓸모 없다.

다행히도 이번 정전사고는 대형 의료사고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같은 자가발전 시설이 마련돼 있어 입원환자들의 직접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의 메인브레이크가 고장을 일으켜 핸드브레이크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운전자의 가슴 철렁한 사연과 다르지 않다.

핸드브레이크는 주행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갑작스런 정전 이후 병원의 자가발전시설도 얼마든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전사고를 당한 상당수 병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종합병원들도 포함돼 있다. 종합병원은 행정관서나 군부대 등과 함께 비상시 강제 정전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전력당국에 '미필적 고의 살인미수죄'를 적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중환자의 산소호흡기가 작동을 멈추면 환자의 두뇌활동은 즉시 정지된다. 그로부터 30초 정도가 지나면 뇌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며, 2∼3분 후 뇌세포는 재생불능상태가 된다.

호흡 정지시간이 4분을 넘기기 시작하면 심장이 멈추고, 뇌사가 진행된다. 그렇게 10여분간 방치되면 사망할 수 있다. 이번 정전사고가 정상적으로 복구되기 까지는 총 5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는 항상 예고 없이, 방심하고 있을 때 급습한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모두 그랬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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