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MC' 강호동이 잊은 '의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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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MC' 강호동이 잊은 '의무' 아쉽다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9월 14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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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기자의 가족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부모님은 MC 강호동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입담에 "역시 강호동"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시곤 한다.

최근 강호동의 '탈세' 소식이 전해졌다. 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두 모인 식탁 위에 단연 강호동이 대화의 주제로 올라왔다. 부모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기자에게 "강호동이 세금을 안 내려 한 것이 사실이냐"고 몇 번이나 물으신다. 40~50대 중년층에게는 막내 동생 같은, 6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아들 같은 강호동의 '탈세'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신 듯 하다.

국세청은 최근 강호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수십 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동 측이 각종 비용을 부풀려 소득을 축소한 정확을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강호동이 1년 간 받는 방송 출연료로만 2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광고료, 행사료까지 더하면 연 수익은 여느 중소기업 매출 수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탈세 혐의로 조사를 이미 받았거나 받고 있는 연예인이 더 있다고 하니 국민 들이 받을 충격은 아직 남은 듯 한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연이은 탈세 소식에 일부 국민들은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사업가인 A씨는 "국민을 대표하는 MC 강호동이 세금을 피하려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를 고발 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있지만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에 묻히는 듯 하다.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낀 강호동은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세금과 관련한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돌아보겠다는 약속도 했다.

연예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듯 '공인'이 짊어진 의무와 책임의 무게는 남들보다 조금 더 무겁다. 국민의 의무, 가장 기본적인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져버릴 땐 가혹한 질책이 뒤따를 수 밖에.

방송에서 "어무이, 호동입니더"라며 한 시골마을의 어르신에게 자신을 소개하던 강호동의 모습이 기억난다. 빠듯한 살림에도 세금을 안내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성실히 납부해온 '어무이'들 앞에 강호동이 다시 얼굴을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중년의 부부에게는 아들 딸 같은, 청소년들에게는 우상이기도 한 연예인들이 탈세 문제로 이들의 가슴에 상처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 한켠이 못내 찜찜하다. 대한민국 전체 고액 탈세계층을 놓고 봤을 때 강호동의 무게는 '깃털' 수준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가시지 않는 탓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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