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자 아나운서 의상 '왈가왈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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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자 아나운서 의상 '왈가왈부' 이제 그만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8월 16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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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의상', '지퍼패션', '상하반전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유명 모델이나 가수의 패션 스타일을 칭하는 말이 아니다. 매일 뉴스를 통해 만나는 여자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의 의상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겉옷 안에 입은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 옷 전체에 '지퍼' 장식이 된 '지퍼패션', 상의에 비해 길이가 짧은 하의를 입은 '상하반전'은 말만 들으면 거창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박은지 MBC기상캐스터의 '시스루 의상'이 논란이 됐다. 은은한 누드톤의 블라우스 안에 입은 민소매 티셔츠가 비쳤다는 이유에서다. 브래지어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얇은 블라우스 소재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입게 되는 민소매 티셔츠가 '선정적'이라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앞서 김혜선 KBS 기상캐스터는 '지퍼패션'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옷 가운데 큰 지퍼가 달린 타이트한 원피스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치마 길이가 지나치게 짧은 것도, 속옷이 비친 것도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스포츠 하이라이트 방송을 진행하던 윤소영 SBS 아나운서는 흰색 핫팬츠를 입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윤 아나운서의 의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다. 상의에 비해 하의가 짧아 이름 붙여진 이른바 '상하반전 패션'의 원조인 셈이다.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의 의상이 논란이 될 때마다 '선정적'이라는 표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나운서 의상에 대한 규정을 따로 정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상파 여자 아나운서들에게 의상의 '선정성' 기준은 가혹할 만큼 엄격히 적용되는 듯 하다. 치마나 바지 길이가 짧아 허벅지가 노출되거나 원피스 같은 의상이 몸에 붙어 몸매라도 드러나면 어김 없이 따가운 질타가 쏟아진다.

가수도, 배우도, 내 친구도 입을 수 있는 옷을 그들이 입으면 '문제'가 된다.

당장 거리에 나가 주위를 살펴보자. 짧은 핫 팬츠, 민소매 티셔츠 차림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미니스커트나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가 쇼윈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시스루 룩'도 마찬가지. 흰 블라우스나 얇은 면 티에 안에 입은 짙은 색 속옷이 그대로 보인다.

문제가 된 박 기상캐스터의 의상은 '시스루'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의 의상을 보자. 여전히 문제인가.

긴 소매 자켓에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정장 바지나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 이른바 '아나운서 스타일'을 머리 속에 두고 한치라도 벗어나면 '선정적이다'라고 손가락질 한 것은 아닐까.

아나운서에게만 적용되는 암묵적인 '복장 제한' 규정을 이제 풀자.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본인의 업무 특성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설 테니 '기우'는 그만.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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