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금복권 520' 열풍…명분은 그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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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금복권 520' 열풍…명분은 그럴듯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7월 11일 0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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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금복권 520'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등에 당첨되면 20년에 걸쳐 매월 500만원씩 연금식으로 당첨금을 수령하게 된다.

다시 말해 연봉 6000만원의 불로소득이 생기는 것이다. 상속까지 가능해 1회 차부터 630만장이 눈 깜짝할 사이 동났다.

특히 연금복권은 로또와 달리 '인생역전', '일확천금' 등으로 유혹하는 것이 아닌 '인생안정', '노후보장'을 내걸어 어쩐지 건전해 보이기 까지 하다.

여기에 당첨확률 역시 1등을 2명으로 늘려 로또보다 두 배 높은 315만분의 1이다. 마치 '나도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마디로 정말 '혹'한다.

이처럼 '복권열풍'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저축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인 저축률은 1990년도 초반 16%에서 최근 4%대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반면 평균수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초고령사회가 목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준비'보단 '한탕주의'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실제 저축률이 떨어지면 국민경제 전반에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까지 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저축률 하락은 투자를 줄게 하고 그로 인해 생산이 둔화돼 수출경쟁력저해, 경제성장 위축을 가져온다.

또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미래대비를 못한다는 차원에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까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복권이 세 부담을 줄이고 공익사업자금 조성으로 사회발전에 공헌한다며 사회적 순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이 복권의 판매이익은 △ 서민주거 안정 △ 저소득, 소외층 지원 △ 문화 예술 진흥 △ 재해재난 지원 등에 쓰인단다. 명분은 좋다.

이런 가운데 연금복권의 커다란 맹점은 가려져있다. 1등에 당첨된 경우 알려진 것처럼 500만원이 매달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제한 나머지인 390만원을 받게 된다. 또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평균 3.1%였다. 20년 동안은 4.4%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물가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령 받는 390만원은 더 이상 390만원의 효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오히려 장기저축을 유도하도록 세제지원 등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나서서 복권열풍을 주도 하는 꼴이 어딘가 씁쓸하다.

연금복권의 구매는 1회 차 마다 1인당 1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 복권을 구매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저축한다면 어떨까. 한 달에 4회 차가 진행되니 한 달에 40만원씩 4% 복리로 20년간 모은다고 가정하면 자그마치 1억3931만4255원을 모을 수 있다.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당첨확률 315만분의 1을 뚫고 당첨된다 한들 세금 떼고 물가상승율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복권보다는 현실성 있어 보인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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