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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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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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 김영사 / 1만38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독일어 'Ritual(리추얼)'은 '의례', '의전', '전례', '의식, '축제', '잔치' 등의 의미를 두루 포괄한다. 어찌 보면 리추얼의 시대인 듯하다. 미라클 모닝, 명상, 요가, 헬스, 달리기, 독서, 일기쓰기 등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자신만의 '리추얼'과 '루틴'을 소개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참여하기를 권유하며 '챌린지'하는 포스팅이 풍성하다.

이 책은 철저히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한다. 우리의 존재와 인식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고, 여기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원제 "리추얼의 사라짐: 현재의 위상학"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라져가고 있는 리추얼에 관한 사색을 펼치면서 현재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이 시대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책은 리추얼이 잘 작동하던 사회, 시대, 문화와 리추얼을 상실한 현재를 끊임없이 대비시키며 현재의 모습을 그려낸다. 신자유주의는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를 강제하고 이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는데, 리추얼도 이로 인해 사라지는 것 중 하나다. 그 양상은 어떠한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세계, 어느 하나에 머무르는 것, 지속하고 끝맺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세계다.

저자는 리추얼이 살아 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 욕망과 나르시시즘의 덫에 붙잡힌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자고 말한다. 이 책은 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자아의 저편, 소망의 저편, 소비의 저편에서 이루어지며 공동체를 조성하는 새로운 행위와 놀이의 형태를 발명하는 일"에 독자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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