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허울뿐인 ESG경영…늦기 전에 '녹색 채권'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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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금융노트] 허울뿐인 ESG경영…늦기 전에 '녹색 채권'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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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10월 말 때아닌 한파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상공에 있는 영하 50도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를 강타한 탓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에 시중은행들은 너도나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하며 '친환경'으로 옷 갈아입기를 마쳤다. 최근 발행하는 채권 형태 역시 ESG 채권으로 바뀌었다.

10월 한 달 사이에도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신한금융그룹,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녹색 채권(그린본드·Green Bond) 발행이 이어졌다. 특히 산업은행은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했다. 해당 채권의 3년물은 2차 전지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등 그린뉴딜 사업에 사용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녹색 채권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없다. 오히려 ESG 경영을 선포한 국책은행들이 탄소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국내 공적금융기관이 석유ㆍ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141조원가량의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89조6555억원, 무역보험공사가 41조2058억원, 산업은행은 10조3191억원을 투자해왔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주창한 정부와 반대되는 행보다.

가장 투자액이 많았던 수출입은행 측에서는 단번에 지원을 중단할 수 없고 세계환경기준 부합 여부를 판단해 여신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질적인 탄소 감축보다는 국내 수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구색 맞추기'에 더 가깝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따 LNG(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환경으로 포장된 LNG는 석탄과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야말로 명목뿐인 ESG 채권이다.

금융권이 ESG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환경을 위한 행보인지는 의문이다. 은행권의 녹색 채권 발행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입기 위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 채권은 이미지 관리용이 아니다.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는 녹색 채권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막히고 탄소 배출량이 유의미하게 줄었을 때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날 것이다. 정부와 금융회사는 이제부터라도 ESG 채권에 대한 관리 체계와 규제를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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