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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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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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시카고의 대변신

 

 

미시간호반으로 가는 길부터 찌는듯한 더위가 엄습했다. 바깥기온이 100도가 넘는다고 기사가 엄살이다. 100도라니. 아 섭씨(C)가 아니라 화씨(F)로. 놀랄 뻔 했다. 그래도 섭씨 38도를 넘나드는 더위는 잠시동안의 바깥 구경도 엄청난 땀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 여름더위 못지 않게 겨울추위 또한 대단하다. 위도는 한반도와 비슷하지만 대평원을 이루는 지형특성상 방패가 없어 우리보다 훨씬 덥고 더 춥다. 시카고는 그야말로 덥고 춥고의 대명사다.

20년 전, 10년 전의 시카고 방문때와 확연히 대비된다. 5대호 가운데 남북으로 가장 길게 누워있는 미시간호 남쪽끝에 자리한 시카고는 2000년 대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깨끗한 도시가 아니었다. 미국 중부 대평원 한가운데 끝없는 벌판 일리노이주의 대표 도시로 규모는 커졌지만 알카포네로 상징되는 범죄와 밀주, 폭력이 난부하는 문제의 타운이었다. 세계 최대의 곡물시장과 현물거래소가 있고 시카고대학을 필두로 노스웨스턴, 일리노이 주립대 등 교육도시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한마디로 시카고는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등 미국 3대 거점 중에서 꼽으라면 모든면에서 점수가 그리 높은편은 아니었다.

그런 시카고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해 물러난 리처드 데일리 시장이 당선되고 부터였다. 그는 '시카고 기후행동 계획(CCAP)'을 출범시키면서 6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130킬로미터에 조경분리대를 설치해 도시전체를 녹색으로 바꿔나갔다. 여기에 탁월한 여성건축가 진 강(Jeane Kang)이 주도한 디자인 도시 운동이 효과를 내면서 시카고는 대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쿠아 타워 설계자인 진 강은 지난주 세계초고층학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해 시카고 건축의 아름다움은 지금부터 더 진해질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서울의 단조로운 아파트와 특색없는 건축물들이 도시 미관을 너무 건조하게 만드는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아쿠아 타워와 디자이너 진 강.

리처드 데일리시장의 리더십에 시민들도 적극 호응했다. 80%의 주민들이 그린방갈로 정책에 동참하면서 모든 건물 옥상에 공원을 만들고 시청의 보조금으로 태양열 집적판을 설치했다. 자연재생 에너지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과거 5년전보다 40% 나 줄어 들었다. 앞으로 10년안에 배기가스를 절반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새로 시장에 당선된 램 이마뉴엘 역시 전임시장의 친환경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른팔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답게 시카고 시민들에게 녹색도시의 비젼을 이어가고 있다.

존헹콕 타워에 오르기 위해 걸어본 도심지는 쾌적 그 자체였다. 기준치보다 배기가스를 더 뿜어내는 차량은 아예 도심지 운행이 제한된다. 분리대의 가로수들은 싱그럽고 잘 정돈된 간판이며 도로시설들과 어우러져 격조와 품위를 자아낸다. 행콕 타워에 올라 스카이 라운지에서 사방으로 탁트인 시카고를 바라보았다. 미시간호수와 위스콘신쪽으로 청정도시의 절경이 조화롭다. 끝없이 이어지는 녹색 숲줄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산도없고 나무도 없던 시카고강 하구 벌판에 이처럼 훌륭한 녹색도시가 재탄생한것은 순전히 인간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다.

 

   
▲미시간호수 동쪽에서 바라본 시카고 도심지 전경.

도심지를 빠져나와 미시간 호반의 천문대와 박물관을 한바퀴 돌아봤다. 수많은 시민들이 낚시와 레저를 즐기면서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 여유롭다. 몇 년전 세워진 밀레니엄 공원의 투명 조형물은 이미 관광명소가 되어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시카고 강 양편의 도심풍경은 이곳이 인구 300만의 대도시가 아닌 시골의 전원 풍경을 연상케 할만큼 단아하고 깔끔하다.

멕코믹 센터(대형 전시장)를 돌아 과거에 한국교민들이 모여살던 로렌스 스트리트로 발길을 돌렸다. 허름한 곰탕집은 남아있었지만 형편이 나아진 한국인들은 대부분 다른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녹색도시의 완성품인 보태닉 가든(생태공원)을 보기위해 10여분을 교외로 달렸다. 시카고 시에서 주도한 이 녹색 정원은 프레리라고 부르는 거대한 저평 구조평야지대인 시외곽 지대를 온통 푸른색으로 바꿔 놓았다. 초원이 울창한 숲으로 변한것이다. 일본자본을 끌어들여 만들어서인지 60달러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이 약간 흠이긴 하지만 다양한 수종과 꽃작물들이 가득한 생태공원은 녹색도시 시카고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나마 숨막힐 듯한 6월의 열기를 식혀준다. 호반에서 바라본 시카고 풍경은 과거를 벗어던진 대 변신이랄까. 깔끔해진 스카이라인과 잘 정돈된 녹색 숲, 줄어든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쾌적하고 디자인이 살아숨쉬는 도시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새로 들어선 아쿠아 빌딩(82층)의 물결치는 듯한 외관과 기능적인 건축기술, 존 헹콕타워의 위용, 시어스 타워의 전통, 강변마다 빽빽한 요트의 정렬, 밀레니엄 파크와 론그라운드 공연장 등으로 이어지는 녹색의 숲줄기는 이도시가 짧은 기간에 우중충한 시멘트 구조물에서 탈출해나온 신선함을 뿜어 내고 있다.

 

   
▲시카고의 녹색벨트와 이어진 밀레니엄공원에서 필자.

지난 10년간 친환경 프로젝트에 따라 건축물을 짓고, 도시를 정비하고, 생태공원을 세우고, 나무를 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이런 노력들이 모아져 음습한 도시가 화려한 녹색도시로 재탄생 한것은 순전히 정책의 성공으로 보여진다. 다양한 인종과 만연한 개인주의 때문에 절대로 불가능할것 같았던 시카고의 녹색플랜은 성공했다는 평가와 찬사를 받고 있다. 지도자 한사람의 의지와 리더십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시카고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자연을 갖추고 있는 서울을 생각해본다. 온통 시멘트로 발라놓은 한강변과 병풍처럼 강변풍경을 막고 서있는 흉물스런 아파트의 행렬들, 어디를 가나 어지러운 간판과 싫증나는 사각형 건물들. 숨막히는 차량정체와 엉켜진 난장판 주차. 디자인이나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생각없는 개발 등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다. 팽창과 욕망으로만 달려온 서울에서 이제 진짜 21세기형 녹색도시의 여유와 휴식을 만나고 싶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는데 무상급식 논쟁과 포풀리즘 싸움으로 진을 빼고 있는 모습이 서울시 행정의 오늘이다.  대권욕망과 개인의 정치적 성공으로부터 초연한 시장, 미래도시 서울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그런 시장을 만나고 싶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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