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시선] 작은 친절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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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의 시선] 작은 친절 큰 행복
  • 노경아 한국일보 교열팀장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10월 18일 0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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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쾅쾅! 쏴아-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1891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작은 호텔에 폭우를 뚫고 들어온 노부부가 말합니다. "빈방 있습니까?" 호텔 종업원은 새벽 1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본 후 "빈방은 없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라고 친절하게 답합니다. 그러고선 근처 호텔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빈방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큰 행사가 열렸던 날인지라 호텔은 모두 만원입니다.

"비바람이 심상치 않으니 괜찮으시다면 제 방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은 공손한 말투로 제안합니다. 노부부는 그 방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지냅니다. 다음 날 노부부는 호텔을 나서며 호텔 방값의 세 배를 건넵니다. 종업원은 "객실이 아니라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만 잘 받겠습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합니다.

2년 후 호텔 종업원은 노부부에게서 뉴욕행 기차표와 초청장을 받습니다. 휴가를 내고 뉴욕을 찾은 종업원에게 노부부는 거대한 호텔을 보여줍니다. "당신을 위해 지은 호텔입니다. 호텔은 당신처럼 친절한 사람이 운영해야 합니다. 이 호텔을 맡아 주시오." 노신사는 백만장자인 월도프 애스터였습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짓고, 초대 경영자로 시골 호텔의 종업원을 임명합니다. 바로 호텔 재벌이 된 조지 볼트입니다.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화 같은 실화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친절은 베푼 사람은 잊지만 받은 사람은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살아갑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가는 어르신에게 우산을 씌워 준 일, 버스에서 동전이 부족한 젊은이를 위해 교통카드를 찍어 준 일, 상점에서 양손에 물건을 든 아주머니를 위해 문을 열어 준 일 등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푼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도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한 다음 날 오후, 초등학생 꼬마 아가씨가 찾아왔습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의 딸이었죠.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는 가족이 아닌 낯선 이들의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이의 휴대폰으로 아이 엄마와 통화해 모녀를 안심시킨 후 간식을 먹여 보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족은 마트나 산책로에서 나와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며 고마워합니다. 작은 일이 큰 인연을 만들어 준 셈이지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너그러움이 친절의 바탕입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타인을 돌아보고 살피며 행복해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수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스산한 계절입니다. 찬 기운이 돌면,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그들 가까이 있으면 너도나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친절한 사람이 될 것만 같습니다. 친절 바이러스에 전염된 당신, 참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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