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시선] ESG 친환경에 매몰되면 역효과 우려
상태바
[박항준의 시선] ESG 친환경에 매몰되면 역효과 우려
  • 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1년 09월 29일 10시 53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제품 구입(E), 소외계층 고용(S), 정보공개로 투명경영(G)이 슬로건?

기업은 환경주의자도, 사회활동가도 그렇다고 공공기관도 아닌데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ESG를 대표하는 슬로건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E와 S, G라는 재료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화장지 만드는 기업이 나무 심기에 힘쓰는 모습이 어색하다. 친환경에너지 만든다고 사용되는 화석연료 에너지 비용이 더 높다. 화력발전소에 의무로 사용해야 하는 친환경 에너지 덕분에 생나무가 톱밥으로 갈려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식용 기름 가격이 급등하여 물가에 타격을 입힌다. 태양광 설치로 농지들을 다 파헤쳐 산사태가 나고 농촌이 을씨년스럽다. 뭔가 계산이 맞지 않는다. 어떤것이 친환경인지 혼란스럽다.

공공기관이나 대학에 소외계층, 농어촌 특례 입학으로 역차별 논란이 일어난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홍보마케팅 수단이 된 지 오래인데 이제 소셜 활동을 하라 한다. CSR 담당조직이 바뀌지만 CSR 활동과 소셜 활동을 구분하기 어렵다.

ESG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다. 그럼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지는 걸까? 월급 받는 ESG 이사들이 오너 눈치 보지 않고 맘껏 ESG를 펼칠 기업이 몇 곳이나 될까. 이를 믿는 소비자나 국민은 몇% 나 될까.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 했다. 왜 달려야 하는지 아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가고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ESG에도 주마가편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규제로 시장의 시선에 의해 ESG라는 채찍을 맞고 달리기만 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ESG와 CSR은 급이 다르다. CSR이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경영학적 명제 위에 달려온 기업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제시한 나눔 경제 가치였다면, ESG는 이제껏 기업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에 의해 탄생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추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ESG는 시장과 사회, 국가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하는 의무 요소인 것이다. ​

따라서 ESG는 절댓값이 없다. 쓰레기를 줄이고 친환경 자재 쓰는 게 ESG가 아니다. 이는 그냥 환경 운동일 뿐이다. 진짜 친환경을 하려면 표백된 펄프를 사용하는 화장지 업체는 양심껏 문을 닫아야 한다. 모든 발전소도 마찬가지며 화학약품이 들어가는 태양광 패널 만드는 기업도 말이다.

ESG에 진정한 날개를 달아보자. ESG는 친환경이나 소셜 활동, 투명경영이라는 절대가치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은 환경주의자가 아니며 사회적 활동가도, 또한 공공기관도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해외 트렌드나 연구 자료에만 끌려 다니지 말고 독창적인 ESG전략 수립도 선행되어야 한다. ESG 전략을 위해 세 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명확한 사회적 문제 인식과 이를 해결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자. 쓰레기 회수나 친환경 소재 사용은 비전과 목표가 설정된 이후 실천 단계에서의 문제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기업의 비전과 목표에 따라서는 비친환경 소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회적 합목적성에 타당하면 비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수도 있다. 화장지나 리튬전지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원자력발전이 좋다 나쁘다 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닥친 전력 문제와 경제 상황 그리고 국민적 이해도와 정부의 해결 역량에 따라 원전은 친환경이 될 수도 비친환경이 될 수도 있다. 원전 사로고 방사능이 누출되고, 기형이 된다면 이 얼마나 비친환경적일까? 반면 전력 수요 예측이 잘못되어 발생한 블랙아웃으로 산업과 병원, 교통이 마비되어 인간의 목숨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또한 친환경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제시된 비전과 합의된 목표를 위해 어떤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다. 유기농 생리대 업체가 유기농이라는 친환경 요소만을 내세우지 않고 '초경 축복 축제'를 주관하면서 초경을 맞은 아이들과 당황해하는 부모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한다. 초경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축제화해서 부모와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며, 초경 축복 박스를 선물한다. 더불어 소외계층 소녀들에게는 초경 축복 박스를 기부하기도 한다. 이 생리대 기업에게 있어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생리를 처음 맞이하는 소녀들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도덕적 의무가 될 뿐 시장 홍보용 대상이다.

셋째, 이제 제시된 비전과 합의된 목표를 통해 소셜 활동을 실천하는데 조직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인식해야 한다. 자격과 자본, 기술, 능력, 인력, 의사결정 및 소유구조는 절대적인 값이 없다. 다만,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실천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격과 자본, 기술, 능력, 인력, 의사결정 및 소유구조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 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데 힘써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시장과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남들 한다고 ESG흉내만 냈다가는 영영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이 세 요소들이 전제되어야만 E, S, G라는 식재료가 조화를 이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친환경의 늪에 빠져 환경주의자 흉내를 내거나 소셜 활동을 일시적인 홍보활동으로 끝내거나 대외적으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여 머무른다면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시대의 핵심가치인 ESG경쟁에서 영원이 탈락하여 점차 소멸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