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경의 금융맵] 특금법 피해는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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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경의 금융맵] 특금법 피해는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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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인해 국내 대형 가상화폐거래소는 살아남은 반면 소형 거래소들은 줄폐업할 위기에 놓였다.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라 국내 거래소들은 이달 24일까지 은행실명계좌를 확보하고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 신고를 마쳐야 한다.

현재 60여개 거래소 가운데 신고 접수를 마친 거래소는 기존에 은행 실명계좌가 발급돼있던 업비트와 빗썸뿐이다. 마찬가지로 코인원, 코빗도 실명계좌 발급계약을 연장하고 조만간 FIU에 신고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실명계좌를 보유하지 못한 그 외 거래소들이다. 이들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신고 기한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FIU가 서류를 검토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추석 연휴 이전인 17일까지는 신고를 마치는 게 안전한데, 마감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에 실명계좌 확보를 유예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요건 완화가 어렵다고 못박은 상태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폐업하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ISMS(정보보호관리체계)만 획득한 거래소의 경우 가상자산끼리의 거래만 허용되므로 원화 입출금, 환전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용자들을 잃는 건 시간 문제다.

이대로라면 소규모 거래소에 있던 투자자들이 빅4 거래소로 몰리는 과점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빅4 거래소들이 가상화폐 수수료 등 관련 사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칼자루를 쥐어주는 형국이다.

한국핀테크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칠 거래소가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그치면 42개 코인이 사라져 총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와 인증을 신청한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가운데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정식 코인은 159개다. 이 가운데 원화거래 비중이 80% 이상인 코인이 112개로, 빅4 거래소에 상장된 70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42개다. 이 42개의 코인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무수한 가상화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상화폐가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시장 혼란이 야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처럼 갑작스러운 제재는 여러 소비자들의 피해를 낳는다. 다양한 거래소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나아가 '묻지마 폐업'으로 인한 원금 손실 피해까지 양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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