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 5일제 수업 '나 홀로 아이'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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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 5일제 수업 '나 홀로 아이' 대책 없다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6월 20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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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5일만 가게 되면 당장 토요일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데, 학원을 한군데 늘려야 하나……."

주 6일, 혹은 격주로 주말에 출근하는 워킹맘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부모들은 자녀와 교감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제도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눈 앞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현재 격주로 시행되고 있는 '놀토'(노는 토요일)를 없애고 '주 5일제 수업'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학부모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나 부모의 보호 밖에 있는 '나 홀로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관심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매주 주말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느라 벌써부터 분주하다.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이를 하루 종일 혼자 두기는 불안한데 이웃이나 친∙인척에 부탁하기도 마땅치 않다. 부모의 눈은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비 지출이 부담스럽지만 그나마 이 곳 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토요 돌봄 교실'이나 지역사회와 연계한 체험학습 활동 등을 주 5일제 수업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은 700만명이 넘는다. 학교 외에 학생들의 '주말 교육'을 감당할 만한 인프라가 있는지 의문이다.

교원단체가 내놓은 방안도 부모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지는 않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주 5일제 수업 시행을 반기면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가 자발적으로 나서 대신 돌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주 5일제 시행을 찬성하는 쪽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기와 준비상황이다. 제도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빛을 발할 만큼 여건이 갖춰졌는지 말이다.

묻고 싶다. 주 5일제 수업 시행으로 토요일에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향하게 되는 아이들의 어깨에 학습에 대한 부담을 더 얹혀주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함께 가지 못하는 부모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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