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친환경? 석유‧천연가스 금융 지원 10년간 14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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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친환경? 석유‧천연가스 금융 지원 10년간 14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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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는 석탄의 대안이 될 수 없어"
국내 공적금융기관들이 석유‧천연가스(LPG) 관련 사업에 10년간 약 141조원을 대출‧보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탈석탄 전환과 탄소 감축이 국가적 주요 현안으로 자리잡은 반면 국내 공적금융기관들이 석유‧천연가스(LPG) 관련 사업에 지난 10년 간 141조180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FOC‧Solution for our Climate)은 지난 31일 보고서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발간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금융제공 현황을 상세히 밝혔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ESG경영을 선포했고, 산업은행은 2017년에 '적도원칙'에 가입해 기후위기와 인권을 침해하는 개발금융지원(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자체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은 전체 63%에 해당하는 89조6555억원의 공적자금을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지원에 활용했다. 뒤이어 무역보험공사가 41조2058억원(29%), 산업은행이 10조3191억원(8%)의 자금을 제공했다. 이는 석탄화력발전 산업에 투입된 공적 자금(11조1418억원)의 1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내 기업들은 상류(자원개발)부터 하류부문(최종 생산품)까지 석유‧천연가스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공적금융기관은 자원개발에 35조7000억원, 운반(중류)부문에 55조4000억원, 최종 생산품 부문에 50조원을 투입했다.

지난 10년간 석유 관련 사업에는 70조5282억원이 투입됐으며 천연가스 관련 사업에는 63조4511억원이 지원됐다. 석유‧천연가스 공동 사업에는 4조4581억원이 제공됐다.

기후솔루션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석유‧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배출량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탈석탄 논의가 최근 몇 년 새 활발해진 반면, 같은 화석연료인 석유‧천연가스에 관한 논의는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천연가스가 석탄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역시 기후위기에 석탄과 동일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세 기관의 PF와 대출보증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거라 펀드 등 자세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4년 전 탈석탄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것처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서도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실현하기 위해서 천연가스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이미 나왔으므로 향후 금융기관의 투자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전제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각각 75%, 5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공적금융기관들도 화석연료 투자 중단‧제한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0년 12월 영국수출금융(UKEF)은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고 스웨덴수출신용공사와 수출신용보증청은 2022년까지 화석연료 탐사, 시추 사업에 대한 금융 제공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오 연구원은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따 LNG(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2171억원의 공적자금이 제공됐으며 해당 사업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추가적으로 자금을 제공할 경우 줄어들던 상류부문 투자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기준 전체 여신 금액 약 101조원 중 석탄화력발전은 2.4%(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정책금융기관도 친환경 에너지와 신사업 지원으로 기조가 변경돼 지원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내는 수출 효과를 보고 지원한 것으로 이미 결정한 사업을 일시에 지원 중단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기술환경심의실에서 지원 시 기후환경 부작용을 살펴 세계환경기준 부합 여부를 판가름한 뒤 위원회를 열어 여신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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