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대출 한도 조절하자 실수요자 대출도 묶였다
상태바
[박현정의 금융노트] 대출 한도 조절하자 실수요자 대출도 묶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주거 안정은 '삶의 질'과 관련된 요소다.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많은 이들이 전세 전환이나 주택 매매를 통해 월 고정 지출을 줄여왔다.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치며 상황은 달라졌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자본이 돌자 대출이 폭증했다.

금융당국은 모든 대출의 1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 40%까지만 허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지난 7월 적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가계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늘었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기준 가계부채 총량 규모는 약 1806조원이다.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약 1933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이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훌쩍 넘긴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신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고 SC제일은행 마저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줄였다.

대출 문이 좁아진 데 이어 대출 이자도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19 이전 기준금리(1.25%)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획일적인 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창구는 열려 있을 예정이지만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채 규모가 커 전세대출을 총량관리에서 제외하지 않을 계획이다. 부채 규모가 커 규제 효과를 지키기 위함이다. 여당은 실수요자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출절벽 혼란을 막아달라고 주문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

당장 전세 계약 또는 새집 매수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세입자를 내보낼 용도로 전세금반환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 창구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고 신용대출액이 일주일 새 2조8820억원(26일 기준) 불었다.

부동산 가격은 여러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부동산업계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선 것은 총량관리를 위한 방안이다. 금리 인상도 중요하지만 DSR을 강화해 대출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