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경의 금융맵] '속 빈 강정' 백신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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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경의 금융맵] '속 빈 강정' 백신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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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최근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일명 '백신 보험'으로도 불린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백신 접종 부작용 가운데 하나인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두드러기, 가려움, 홍조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이나 약품을 복용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라이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현대해상, KB손해보험, NH농협생명 등이다. 진단 시 보험사별로 100만원~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해당 보험은 백신 부작용의 대표적 증상인 발열, 근육통, 혈전 등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백신을 맞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일어날 확률은 0.000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들은 연 2000원 안팎의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워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 보험료가 저렴하니 가입해서 보장을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제휴업체를 통해 가입할 경우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료로 보험을 제공하는 제휴업체는 구체적인 상품 설명 자료를 안내할 의무가 없어 소비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가입할 수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보험'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하고, 제휴업체를 통해 가입한 소비자에게는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24개 생명보험사의 효력상실해지율은 8.5%로 전년 8.8% 대비 0.3%포인트 개선됐다. 효력상실해지율이란 고객이 해지한 보험계약 또는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보험계약의 비율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 보험해지율이 높아지는데, 작년에는 경기 불황에도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한 가입자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보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은 언뜻 보면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한 기특한 상품처럼 보이지만, 결국 겉만 그럴싸하게 꾸민 '속 빈 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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