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피해자에 책임 떠넘긴 '머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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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피해자에 책임 떠넘긴 '머지 사태'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8월 17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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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조금이라도 더 알뜰하게 장을 보기 위해 구매해둔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됐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서비스 제휴가 돼있어 의심조차 못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다.

대형마트, 편의점, 유명 외식업체 등에서의 '무제한 20% 할인'을 표방한 머지포인트는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핫한 서비스였다.

머지포인트 서비스는 매월 1만5000원을 내면 제휴 가맹점에서 20%를 무조건 할인해주는 '머지플러스'와 모바일 상품권인 '머지머니'로 나뉜다. 머지머니의 경우 이커머스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20만원권을 최대 15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이상한 분위기는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전자금융업'에 해당함에도 등록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발 빠른 소비자들은 제휴처에 추후 이용 금액을 선결제해 부담을 털거나 구독을 해지하는 식으로 대처했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졌다. 머지 측은 논란이 이어지자 '음식점업'에서만 머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대폭 축소한다고 11일 밤 공지했다.

문제는 공지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일부 이커머스에서 버젓이 머지머니가 판매되고 있던 점이다. 머지머니를 머지 앱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미 등록해 잔여 금액이 남아있던 경우는 90%까지만 환불해주겠다고 공지해 분노를 샀다.

결국 지난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앞에는 수 백 미터의 대기 줄이 늘어섰다. 90% 보장도 믿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의 항의 방문이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 등은 현장에서 머지머니 액면가의 48%를 환불받는 내용으로 합의해 잔액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들이 머지머니 결제에 따른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에 빠졌다. CJ푸드빌, SPC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머지포인트 정산을 받는 시스템이 별도 구축돼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소상공인들은 미지수다.

패닉에 빠진 일부 소비자들은 피해 금액을 줄여보자며 지역 소상공인 음식점 리스트를 추려 수 십 만원을 머지머니로 결제했다. 머지포인트 측에서 결제 바코드를 막았지만 지역 음식점에서는 수기입력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 코로나 불황에 갑자기 손님이 몰려 기뻐했던 점주들은 머지 사태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단골 장사 중심인 음식점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쉽사리 고소할 수도 없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머지머니를 판매한 이커머스는 미등록 머니를 환불해주고 있다고만 답하고 있으며 실제 결제가 이뤄진 카드사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한다. 또 누군가는 근원을 해결할 의지가 실종된 금융당국을 꾸짖는다.

큰 돈을 만져보려는 목적이 아니라 생활용품, 가족 먹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마음이 짓밟혔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태 파악이 이뤄져야 하며 제2의 머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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