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의 컨슈머 시선] 10년 지난 냉장고 때문에 불났다면 70% 손해배상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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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의 컨슈머 시선] 10년 지난 냉장고 때문에 불났다면 70% 손해배상청구 가능
  • 엄정숙 법도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8월 06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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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난 냉장고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불이 났어요. 비닐하우스에 있던 미술작품 140여점이 모두 타버렸어요. 제조회사는 냉장고의 내구연한은 7년이고 주택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의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했다며 책임이 없다 하네요.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나요?"

소비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입증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제조물의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비교적 완화된다. 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제조물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일반 민사상 손해배상처럼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소비자가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는데 화재원인이 냉장고 내부에 있었다면 냉장고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소비자의 엄격한 증명책임이 완화되는 것이다.

민법 제750조는 손해배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다. 제조물의 하자 또는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제조회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냉장고를 정상적인 용법대로 사용하던 중에 전기 트래킹(수분이 섞인 먼지 등에 의해 결함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여 손해를 입었다면 제조회사는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제조회사가 정한 제품을 쓸 수 있는 기간인 내구연한이 지났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내구연한이 7년인 냉장고를 10년동안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하여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판례가 있다(2013나2023677 판결).

소비자 A는 미술작품 140여점을 비닐하우스에 보관했는데 화재로 인해 모두 소실되었다. 화재원인을 조사해 보니 오래된 냉장고의 과부하 보호 장치 결함이었다. A씨는 냉장고 제조회사인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B는 화재원인이 냉장고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고, 냉장고 때문이라 하더라도 내구연한인 7년이 이미 지났다고 맞섰다.

법원은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며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소비자는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내구연한이 경과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제조회사는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제조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전체 손해 중 70%로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즉, 냉장고의 내구연한인 7년이 지난 시점에서 비닐하우스는 주택보다 습기 등의 변화에 취약한 환경인 점, 소비자가 오래된 냉장고의 안전점검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점 등을 참작하여 제조회사에게 7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만약 냉장고등 오래된 가전제품을 사용하다 화재가 발생했는데 원인이 가전제품에 있음이 밝혀진 경우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먼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면밀히 화재원인을 분석하여 원인이 가전제품 결함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판례에서는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했다 하더라도 사례마다 다르게 판단 될 수 있기 때문에 입증은 중요하다.

입증자료가 준비되면 법률전문가와 상담 후 해당사건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후 제조회사와 합의를 시도하면 된다.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안 될 때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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