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의 증권톡] IPO 최대어 크래프톤...욕심이 자초한 '거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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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의 증권톡] IPO 최대어 크래프톤...욕심이 자초한 '거품 논란'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7월 1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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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인 크래프톤이 공모가 거품 논란을 딛고 흥행할지 주목된다.

당초 크래프톤은 여러 증권사를 통한 공모주 중복청약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직전에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로 떠오르면서 흥행이 예고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말부터 복수의 증권사를 통해 청약하는 공모주 중복 청약을 금지했다. 증권사들은 공모주 배정시 한국증권금융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의 중복 청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예비 상장기업에 대해선 중복 청약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일반 공모주에 청약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별로 중복청약을 할 수 있다.

대어급 공모주에 중복청약까지 가능해 상장까지 탄탄대로가 예상됐지만 과도한 공모가 산정은 화를 자초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추정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4조6000억원∼5조6000억원으로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기업가치 추정액은 실적에서 크래프톤을 앞서는 엔씨소프트 시가총액(8조원)의 약 2배에 이른다. '배틀그라운드'라는 단일 게임 지식재산권(IP)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 구조와 실적 규모가 아직 엔씨소프트 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등은 과도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국내외 대형 게임사 외에 워너뮤직그룹, 월트디즈니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IP(지식재산권) 사업 등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비게임 글로벌 상장사들과 비교했다고 설명했지만 속셈은 따로 있어 보였다.

알려지지 않은 해외 기업들을 통해서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상장할 수 있다면 기업은 자본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또 이들 기업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래프톤과 크게 다르다. 크래프톤 매출의 80.3%는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하지만 월트디즈니는 매출의 63.5%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에서, 위너뮤직은 85.8%가 음반에서 발생해 비교 기업으로 적절하지 않다.

결국 크래프톤은 목표 시가총액을 기존 최대 28조원에서 24조원으로 낮췄다. 공모가 산출에서 제시한 월트디즈니와 위너뮤직그룹도 비교 기업에서 빼고 몸값을 낮춰 IPO를 재개하게 됐다. 증권신고서의 정정은 투자자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또 공모주가 줄어들고 청약 기회가 축소된 점도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됐다. 무리하게 몸값을 높이기보다는 철저하고 정확한 공모가 산정을 통해 투자자의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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