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경의 금융맵] 내수 살리려다 바이러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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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경의 금융맵] 내수 살리려다 바이러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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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정부가 이르면 내달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구소득이 하위 80%인 만19세 이상 성인은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본인 명의의 카드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한 가구당 최대 1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지원금은 4인 가구에 100만원, 5인 가구에 125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문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의 기대감과 함께 보복소비가 터지면서 감염자가 다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하루 확진자가 700~800명씩 나오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행하는 상황에서 내수 살리기를 위한 논의가 적합한지 의문이다.

5일 확진자는 전날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711명을 기록했다. 이는 일요일 확진자 기준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1월 4일(1020명) 이후 26주 만에 최다 기록이다. 통상적으로 주말에는 검사 수가 줄면서 확진자 수도 함께 떨어지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델타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최대 70%까지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률이 상위권에 속하는 영국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대에 불과했지만 델타 바이러스가 터진 이후 하루 1만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재난지원금은 세대주 한 명의 카드로 일괄 지급된 작년과 달리 세대 구성원 본인 명의의 카드로 분산 지급한다. 이 경우 가구 전체의 생활비로 쓰이기보다 개인별 야외 활동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국민 신용카드 캐시백'도 추진한다. 8월부터 10월까지 신용카드·체크카드 월별 사용액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의 월평균 사용액보다 3% 이상 증가할 시 해당 초과분에 대해 최대 10%를 돌려주는 게 골자다.

기획재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금액은 캐시백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이나 일반 음식점, 카페에서 사용하는 금액이 대부분이 될 텐데, 이 역시 감염 확산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다만 캐시백 인정 폭이 너무 좁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일자 현재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까지 사용처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지원은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틀림없이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지친 소상공인과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방역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때다. 적어도 올해 말, 대다수의 국민이 백신을 맞고 난 이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

5일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534만7214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3분의 1(29.9%)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누적 532만1602명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빗장 푸는 시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어설픈 지원은 되려 코로나19 종식을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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