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반쪽 짜리 ESG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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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반쪽 짜리 ESG 경영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6월 30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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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기업 오너의 갑질, 가맹점주로부터 뜯어낸 통행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히는 악성 이슈들이다. 대표적인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인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점유율 추락을 부르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수습이 이뤄졌다면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몇 년 새 중요성이 대두된 ESG 경영이 도입되면서부터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기업 경영에 친환경적 요소를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거시적인 목표는 '지속가능성' 확보다.

식품·유통회사들의 경우 업의 특성을 살린 참신한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 줄을 잇고 있다.

매일유업은 회사로 접수된 소비자의 의견을 토대로 멸균우유에 필수적으로 부착하던 빨대를 제거했다. 생수도 비닐 라벨을 벗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에코'를 시작으로 제주삼다수, 백산수까지 3사가 모두 '무라벨 생수'를 내놨다. 무라벨 열풍은 탄산수, 요거트 등으로도 확대됐다.

파리바게뜨, SPC삼립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사회 곳곳에 빵을 나누고 있다. 방송·연극 등 문화 사업에 열중하는 CJ는 청소년들의 '문화 꿈지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문제는 'G'의 부재다. 앞서 언급한 갑질 등 악성 이슈들은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막강한 권위가 쥐어진 경우 발생한다. 1세대 창업주로부터 자식으로 경영이 승계된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기업 구조를 단숨에 뿌리 뽑는 일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이다.

1965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한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의 제조분유를 비롯해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 유력 제품을 앞세워 선전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불거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으로 민심을 잃은 후 최근 '불가리스 셀프 홍보' 논란으로 57년간 이어진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홍원식 전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알렸고 오너 일가는 보유 주식 전량(37만8938주)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현재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 확보 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해 온 굴지 기업들의 몰락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에 소속된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미래를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점이 고무적이다. 해외처럼 수백 년 동안 건재한 지속가능한 기업이 많아질 수 있도록 ESG 세 요소를 골고루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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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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