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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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6월 24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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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 난다 / 1만6000원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난신(亂臣) 성삼문의 아내 차산과 딸 효옥은 운성부원군 박종우에게 노비로 주고…" (조선왕조실록, 세조 2년 1456년 9월 7일)

소설 '효옥'은 조선왕조실록 속 한 문장에서 비롯했다.

효옥은 계유정난이라는 파란 속에 단종을 지키려 죽음마저 불사한 사육신(死六臣) 중 한 명인 성삼문의 딸이다. 저자는 문무(文武)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을 두루 거치고 양반의 삶부터 노비의 삶까지 겪은 효옥의 일생이 조선의 백성을 아우른다고 표현한다.

소설은 양반집 규수에서 한순간 노비가 된 효옥이 곡절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나아갈 길을 열어내는 여정 또한 비감하나 아름답게 그려냈다.

효옥의 곁에는 태어날 적부터 곁을 지켜온 노비 바우가 있다. 또 한편에는 세조의 둘째 아들이자 예종이 된 해양군 황이 있다. 세 인물의 뒤얽히는 관계를 애정과 우정으로 가늠하다 보면 만민 만인의 존엄을 새삼 다시 새기게 된다.

저자 전군표는 1954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오랜 시간 공무원으로 살았다. 고위관직(국세청장)을 내려놓고 난 뒤 역사와 문학의 재미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쉰 중반을 넘긴 나이였다. '효옥'은 그의 첫 소설이다. 역사와 문학에 대한 순수열정이 뒤늦게 꽃을 피운 셈이다.

'첫'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도록 진중한 익힘과 탄탄한 갖춤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실록과 사료를 종횡으로 오가며 연필로 쓰고 지우기를 거듭한 1000여쪽의 원고가 책으로 엮이기까지 준비에만 여러 해가 걸렸다. 꿋꿋한 직시로 옮긴 무참한 역사에 상상력으로 보탠 마디마다 그의 바람이 실렸다. 지켜가고 나아가자는 효옥의 목소리는 곧 과거에서 빌려온 금이자 옥이다. 앞날을 보고자 하는 이들의 미래를 향한 비원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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