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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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는 기업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6월 07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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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얼마 전 GS25 편의점 직원들은 본사로부터 김밥, 주먹밥 일부 제품을 폐기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제품 품질이 아닌 포장지가 문제가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S25에서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 볶음밥'의 포장지에 '파오차이(泡菜)'라는 표현이 있다는 고발이 게시됐다. 세븐일레븐도 전수 조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동일한 표기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단어로 국내에서 생소한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한국의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부리고 나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과거 관광객들에게 영양 성분을 설명하려다 보니 파오차이를 병기해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최근의 논란을 반영하지 못한 점을 시인하며 해당 제품을 전량 폐기하고 포장지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정보 제공 차원이라고 하지만 최근 파오차이 논란으로 산업계가 홍역을 치렀던 것을 떠올리면 씁쓸하다. 파오차이라는 표현을 강제하는 중국 수출용 제품도 아닌 내수용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 세계인이 알아볼 수 있는 영문 표기인 'KIMCHI'가 있다는 점에서 파오차이는 '사족(蛇足)'에 불과하다.

앞서 인기 드라마 '빈센조'도 중국의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自嗨锅)에서 만든 비빔밥을 간접광고(PPL)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제품의 표기가 '한국식 비빔밥'인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에는 김치를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사실도 추가됐다. 결국 빈센조 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이트에서 논란이 된 PPL 장면을 삭제했다.

최근 중국이 김치 뿐 아니라 한복까지 자신들 고유 문화라 우기고 나서 우리 소비자들의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2019년의 '노 재팬' 운동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산 제품의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을 막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 기업 차원의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김치의 중국식 이름으로 '신치(辛奇)'를 사용하기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섰다. 이는 8년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중국에 '기' 발음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매울 신(辛), 기이할 기(奇)라는 한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기업들도 최근 발생한 일들을 교훈 삼아 소비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경영에 주력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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