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펀슈머' 잡으려다 안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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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펀슈머' 잡으려다 안전 놓친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5월 18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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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경고 문구 하나 없이 우유와 우유 모양 바디워시를 같이 진열해도 되나요?"

한 대형마트 유제품 코너에서 페트 우유와 우유 패키지를 그대로 본뜬 바디워시를 연관 진열해놓은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소비자들은 "패키지에 바디워시라고 적혀있어서 상관없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반응과 "충분히 먹는 음식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 제품은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함께 3만개 한정판으로 만든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다. 서울우유 로고와 서체, 색감을 그대로 적용했다.

우유갑 패키지와 혼동을 막기 위해 용기를 펌핑 방식으로 채택했으며 상품 뒷면에 "먹는 우유가 아닙니다. 화장품입니다.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우려가 빗발치자 해당 점포의 연관 진열을 철수했으며 추후 매대 앞에 별도 안내문도 부착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비를 통해 개성을 찾는 MZ세대들의 성향에 맞춰 이색 협업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명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의 일환이다. 곰표 밀가루 캐릭터를 활용한 '곰표 패딩', 참이슬 팩소주 모양을 재현한 '참이슬 백팩' 등이 유행의 시초다.

이후 동종 업종간 협업을 넘어 식품과 금융, 식품과 패션 등 예상 밖의 분야에서 협업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재미 쫓기에 급급하다 보니 가끔씩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품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울우유 바디워시 사례와는 반대로 비식용 제품을 식음료에 적용했다가 뭇매를 맞은 사례도 여러 건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 2월 '모나미매직'의 외형을 그대로 살린 탄산음료를 선보였다가 질타를 받았다. BGF리테일 CU는 '말표 구두약' 케이스와 흡사한 디자인의 초콜릿을, 세븐일레븐은 '아모스 딱풀'과 흡사한 모양의 '딱붙캔디'를 판매한 바 있다.

실제 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우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는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바둑알을 '바둑알 초콜릿'으로 오인해 삼킨 사고가 발생했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유통업계가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펀 마케팅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중심을 지키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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