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시선] ESG경영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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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의 시선] ESG경영의 두 얼굴
  • 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1년 05월 03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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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과 사회적책임, 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이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환경과 소시얼임팩트 그리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라는 비재무적 기준을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경영 움직임이며, 투자 움직임이다.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마저도 앞다퉈 ESG경영을 선포하고 있을 정도다.

ESG경영은 탐욕적 자본주의의 산물인 몬도가네 식 괴물 기업의 탄생을 억제하고, 환경문제를 기반으로 양심과 공익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활동을 평가 받는 경영방식이다.

그러나 ESG경영도 2008년 이후 확대된 '나눔 경제(Sharing Economy)'와 마찬가지로 탐욕적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해결에 절대 선이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발 국가나 기업을 견제하는 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약점이 있다. 선진국이 개도국을 ESG라는 잣대로 보게 되면 ESG는 선진국에 수출을 해야 하는 개도국에게는 무역장벽으로 악용될 수 있다.

삼림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게 될 수도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수행하기에는 버거울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수백 년간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들이 이제 와서 경제개발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후발주자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격이다.

최근에는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자사가 생산한 자동차들의 배기가스를 그룹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그것도 수년간 조작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였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ESG경영을 외부에 표출하기 위한 조급함의 결과물로도 보인다. 앞으로도 ESG경영에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폭스바겐과 아우디와 같은 속임수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ESG를 포장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ESG경영은 두 얼굴을 갖고 있음을 명심하자. 기업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넘어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현재 기업의 실천역량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성과에 조급하게 되다면 엉터리 ESG경영 성과지표를 찍어냄으로써 기업 이미지에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ESG경영의 도입에는 조급해하지 말고, 마케팅 홍보가 아닌 장기적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조직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명확한 핵심 성과지표(KPI)를 제시하지 않고 ESG경영만을 대외적으로 자랑한다면 금세 시장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흉내만 내는 ESG경영을 이제 대중은 금세 알아차리고 외면할 수 있다. 준비 없는 ESG경영의 도입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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