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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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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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우 / 김영사 / 1만98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숲으로 가 찬찬히 벚나무의 수피를 만져본다. 발에 밟히는 메타세콰이아 열매도 살펴본다. 물을 머금으면 꽉 다물었다가 마르면 사이사이 벌어지는 마디가 신기하다. 꽃잎은 반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여문다. 생명은 말없이 순환한다. 작년에 무심히 찍어둔 사진 속 이름 모를 분홍 꽃의 이름은 '낮달맞이꽃'이라고 한다. 이름을 알자 그 꽃이 더 각별해졌다.

물과 산소의 근원인 식물은 인간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다. 가끔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있고, 식물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관계에 치이고 사람에 지친 어느 날, 숲으로 공원으로 가 식물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년 시절부터 식물이 좋아 식물학자를 꿈꾸던 저자는 학술용 식물도해도를 그리다가, 색을 칠해보면 어떻겠냐는 선배의 조언으로 그림에 색을 입혔다. 이후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 금메달을 3회 수상했다.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미세하고 여린 잔뿌리, 음영과 광택을 살려내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파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식물을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산수국 그림을 의뢰받고 산수국의 개화 전 과정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산수국을 들여다봤다는 이야기에서는 화가와 식물학자로서의 집념이 동시에 드러난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 대부분은 전 생애를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환경이든 식물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살아남는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라는 말을 식물을 보며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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