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미끼상품 공방 '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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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미끼상품 공방 '꼴불견'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20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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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OO', '착한OO' 등 싼 가격을 앞세운 상품들이 대형마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품목도 다양하다. '의·식·주'의 '주'를 제외한 전 품목이 이름을 올릴 태세다.

그런 가운데 업체들 간의 상호비방전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쟁업체가 값싼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에는 기다렸다는 듯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는 식의 비방을 늘어 놓는다.

비방 받는 업체 역시 가격비교우위를 직접적으로 거론, 상대방의 심기를 자극한다. 모두 익숙한 풍경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대표적인 서민식품 중 하나인 콩나물을 시중가보다 최대 55% 싼 가격에 내놨다. '착한 콩나물'이라는 시리즈식 닉네임도 달았다. 경쟁사인 롯데마트가 파는 '손큰 콩나물' 보다 싸다고 홍보했다.

롯데마트는 지지 않았다. 1년 내내 싸게 파는 손큰 콩나물을 깎아 내리려는 한시적인 제품에 불과하다고 목청을 높였다.이들은 '치킨'을 사이에 두고 서로 날을 세운바 있는 2위권 '앙숙'이다. '착한치킨'과 '통큰치킨' 사건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한 상술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온 뒤 자취를 감췄다.

1위인 이마트도 빼놓을 수 없다. 타깃은 롯데마트의 '통큰 자전거'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파격적인 가격대의 자전거를 한날 동시에 내놓은 적이 있다. 이마트 자전거가 롯데마트 보다 1000원 더 쌌다.
롯데마트 측은 자사의 '통큰 자전거'를 겨냥해 이마트가 의도적으로 기존 제품 가격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어 허공에 메아리 쳤다.

대형마트들의 입씨름은 돌고, 또 돌고 있다. 고장난 CD플레이어가 같은 곡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식이나 전략도 차이가 없다. 소량의 '미끼상품'이라는 사실은 이미 들통 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자는 없다.

어떤 할머니가 뉴스시간 TV화면에 가득 잡힌 적이 있다. 싸다고 홍보된 상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빈손이었다. 대형마트 매장 직원에게 어서 물건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소용없었다. 할머니는 다시는 마트에 오지 않겠다고 주름진 입을 실룩거렸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이 할머니의 울분만큼 계속 쌓여가고 있다. '신뢰'라고 하는 무형의 미래자산을 구린내 가득한 '미끼상품'과 맞바꾸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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