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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 비채 / 1만40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단풍이 흐드러진 가을날, 가평의 청우산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사망한 지 열흘은 된 듯한 시신은 부패된 채 빗물에 엉켜 있었다. 바위 위에서 발견된 신발과 유서 등 모든 정황이 자살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박규민 형사의 직감은 사건의 심연을 들여다볼 것을 종용한다.

한편 동생과 연락이 끊어져 실종신고를 한 윤의현은 동생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시신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규민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러 온 의현을 보고 그녀 역시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임을 직감한다.

같은 시기, 소설가인 의현이 출강하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교수가 다음 학기에 복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인다. 의현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학생들 편에 서지만, 학생들은 의현을 믿지 못한다.

상처받은 형사, 진실을 은폐한 마을, 성폭력 사실을 덮으려 하는 대학교, 비밀을 품은 자매의 삶. 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진실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서로 무관해 보이는 진실의 단편들이 하나의 퍼즐로 완성된다.

살인, 성추행, 아동학대만큼이나 무겁게 다뤄지는 또 다른 죄가 있다. 바로 무관심이다. <지문>은 내 일이 아니니 모른 척하고, 힘 있는 자 앞에서 비굴해지고, 때로는 알고도 못 본 척 눈감는 '침묵의 죄'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이선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틀에서 한발 물러나 힘의 구도를 조망하는 시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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