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의 시선] 차기 대선, 정치소비자 손에 달려 있다
상태바
[윤성식의 시선] 차기 대선, 정치소비자 손에 달려 있다
  •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4월 05일 10시 45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가 정치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국민의 힘 + 정치검찰'과 윤총장을 구분해야합니다. '국민의 힘 + 정치검찰'은 조국 교수 사건에 대해 선택적 정의, 위선적 정의를 적용했습니다. 거대한 악에는 눈을 감고 조국 교수의 잘못에 마치 자신은 깨끗한척 했습니다. 똥묻은 위선이 재묻은 위선을 공격한 셈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정치검찰의 수장이면서도 정치검찰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하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다 좌천까지 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사법농단 사건까지 수사하였습니다. 상당수의 국민은 이 때문에 윤총장이 공정과 법치를 주장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거짓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앞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검찰의 수장이었기에 조국 교수에 대한 과잉 수사, 측근 비호 의혹, 장모와 부인의 위법 의혹 등으로 인한 비판은 피할 수 없지만 자신의 과거 행적으로 정치검찰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절반은 성공했기에 공정, 법치라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해도 많은 국민에게 먹힙니다.

상당수의 중도층이 검찰개혁에는 찬성하면서도 윤석열 총장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윤석열 총장을 정치검찰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형식적으로는 정치검찰의 수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정과 법치의 검사로 봅니다. 알고보면 이러한 인식도 모순이지만 어차피 인간세계, 정치세계는 모순과 모호함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정치가 어렵습니다. 정치검찰로 보는 민주당의 인식과 그렇게 보지 않는 상당수 국민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윤석열 총장이 법치와 공정을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정서의 이면을 잘 살펴봐야합니다.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 총장 지지로 연결되는 현상도 분명 있지만 높은 지지율은 거품이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실체입니다.

'국민의 힘 + 정치검찰'의 선택적 정의, 위선적 정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상당수의 중도층이 '국민의 힘+정치검찰'과 윤석열 총장을 분리해서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처해야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싫어서 무조건 윤석열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도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과거 행동이 공정과 법치를 주장할만 하다고 생각하여 지지하는 국민도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힘' 당 지지자 못지 않게 상당수의 중도층이 윤석열 총장을 지지합니다. 

저의 주장이 양비론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전히 범죄조작, 편파수사하는 '국민의 힘+정치검찰'에 반대하고 검찰개혁에도 찬성이기 때문입니다. 조국 교수 부부 사건에 대한 과잉 수사도 윤석열 총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당수의 국민은 과거의 행적으로 인하여 윤석열 총장을 '국민의 힘+정치검찰'과 분리해서 생각하기에 이것을 염두에 두고 대처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 윤석열 총장이 계속 법치와 공정을 주장할만한 일관된 행동을 보인다면 우리에겐 훌륭한 정치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공정과 법치는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의도적 이벤트'였을 뿐입니다.

정치 문제를 사법부에 맡기려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우려할만한 정치 퇴보이지만 국민은 불법과 부패를 겪으면서 법치에 목말라합니다. 정치를 외면하고 법치만을 부르짖는 법치 만능주의도 문제가 있지만 그저 법치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게 국민의 심정입니다. 만약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치와 법치를 구분하는 지혜로운 정치인이 될지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태정 검찰총장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합니다. 임명하자마자 옷로비 의혹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온 대한민국을 뒤흔듭니다. 옷로비사건이란 김태정 총장 부인이 옷을 외상으로 산 뒤에, 외화밀반출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에게 옷값을 대납시켰다는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 사건은 무죄로 밝혀졌으며 허무맹랑한 헛소문이었습니다. 설사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과연 옷로비 사건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악에 비교하여 그렇게 우리나라를 떠들석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건인가에 대해서 우리 한번 생각해봅시다. 옷이 아무리 비싸도 얼마나 비싸겠습니까. 거대한 구조적 부패와 악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의혹에 불과합니다. 이 사건이야 말로 조국 교수 사건처럼 선택적 정의, 위선적 정의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시시비비에 논리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즉시 김태정 법무장관을 해임합니다. 정치의 세계에서 시시비비, 논리, 이성은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교수 부부에 대한 검찰수사에 분노했을 것입니다. '재 묻은 사건에 똥 묻은 정치세력과 정치검찰이 공격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조국 교수에 대한 공격에 정권이 반발하자 오히려 사건이 확대되고 시시비비에 시시비비로 대처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후보가 없어 비틀거리는 '국민의 힘'에게 선물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국민의 힘' 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의 힘'이 조금이나마 법치를 실현하는 정당으로 바뀔까요? 혹은 '국민의 힘'이 윤석열 총장의 법치이미지와 정치의 사법화라는 도구를 악용하여 구태정치를 할까요? 국민에게 달려 있습니다.

정치인은 지나치게 논리적 이성적이면 자칫 도그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정치인은 항상 모른다는 자세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감성의 숲을 헤쳐가야합니다. 시시비비를 잘 활용하되 시시비비에 빠지지 말아야합니다. 논리와 이성을 구사하더라도 이성과 감성이 만들어내는 전체를 보아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열린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조인은 좋은 정치인이 되기에는 별로 좋은 경력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조인으로서 정치의 모순된 측면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법조인으로서 정치를 외면하고 법치만을 추구한 끝에 국민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윤석열 총장에겐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입니다. 과연 법치의 윤석열 총장이 정치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마디의 말 실수로 추락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사태의 발생으로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과거의 행적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닌줄 알았는데 역시 정치검사였구나'라는 실망을 주는 사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세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오직 모를 뿐…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 지나친 확신을 갖지 말아야합니다. 민주당도, 윤석열 총장도, 국민의 힘 정당도, 국민도 모두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 겸손해야합니다. /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