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한신정평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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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한신정평가 대표이사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13일 0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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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당당한 홀로서기…"글로벌무대서 인정받는 신용평가사 될 것"

   
 
국가신용등급은 국제 무대에서 국가가 가지는 신뢰의 척도다. 국가간 각종 채권발행 등의 근거로 쓰인다. 유동성 경색과 같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의 시금석이다. 높아야 유리하다.

2011년 3월 까지는 무디스(Moody's),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영국과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국가별 신용도 평가를 주도해 왔다. 정치∙경제적으로 '센' 국가들이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을 나눠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이 같은 지각에 균열이 생겼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신정평가가 국가신용평가시장에서 당당히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의 신용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를 당당히 'AA'자리를 꿰찼다.

"신용등급이 낮았던 많은 국가들은 오히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기존 신용평가사들은 아직까지 과거의 선진국 중심의 평가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시장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용희 한신정평가 대표이사의 일성이다. 고착화 돼 있는 낡은 '신용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세계시장을 일정부분 왜곡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표이사로부터 국제 신용평가시장에서의 독립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당사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노력의 결실"

Q. 2007년 한신정평가 대표를 맡으신 직후부터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매기려는 준비에 착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결실을 맺게 돼 다소나마 홀가분하실 것 같은데요. 의미를 부여하신다면요.

== 한신정평가는 2007년부터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 수집, 방법론 연구, Crisis Research 수행 등 준비작업을 진행했으며, 2009년에는 정부신용평가를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2010년 상반기에 평가방법론을 완성, 외부에 공시했고 하반기부터는 실제 평가과정에 돌입해 한국을 비롯한 6개국에 대한 평가작업을 수행해 이번에 국내 최초로 정부신용평가 등급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당사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노력의 결과를 이번에 발표함으로써 작은 결실을 맺게 돼 상당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당사의 정부신용평가 사업에 있어서 첫걸음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임직원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더욱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Q. 그간 사업진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역점을 둬왔던 체크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아시다시피, 그 동안 국제 신용평가시장은 Moody's,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미증유의 국제금융위기의 확산과정과 최근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발생 이후, 그 동안 세계 신용평가시장을 주도해온 Global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 유일의 국적 신용평가사인 한신정평가가 최초로 정부신용평가등급을 발표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의 정부신용등급 발표로 국제금융시장에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공돼 시장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그 동안 질 높은 정보에 목말라하던 국내 투자자들의 욕구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투자자와 정부신용평가 대상 국가의 자금 수요층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한국이 국제금융의 허브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한신정평가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필리핀 등 6개국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매겼습니다. 무디스, S&P,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더불어 국가 신용평가 시장에서 독립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자평을 하신다면요.

== 잘 아시다시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높았던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와 금융위기가 발생해서 아직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신용등급이 낮았던 많은 국가들은 오히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Global 신용평가사들은 아직까지 과거의 선진국 Oriented된 평가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시장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한신정평가는 이러한 선진국 중심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동안 소위 Moody's, S&P, Fitch 등 Global 신용평가사가 주도해온 신용평가시장에 다양한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매긴 각 국가들의 등급을 보면 기존 신용평가사들과 비슷하거나 한 두 단계씩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꼼꼼한 시장분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 한신정평가는 1986년 신용평가사업을 시작한 이후 보수적인 분석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동안 국내 기업 및 산업을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새로이 시작하는 정부신용평가부문에서도 해외 어느 신용평가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신정평가는 압축 성장을 해온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Emerging Market 국가들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에 대해 Global 신용평가사에 비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별 경제발전 과정에서 꼭 극복해야 하는 각종 구조개혁 정책을 엄밀히 평가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 "국내외 투자자들의 'Needs' 충족 위해 양질의 평가 수행"

Q. 각국 재정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을 직접 일일이 면담하면서 정보들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난관의 순간을 꼽으신다면요.

== 평가대상 국가의 최고 정책결정자들인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면 자기 나라의 미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증거 수치를 제시하고, 무리한 장밋빛 예측에 대해서는 그 부당성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모두가 자기 국가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A(무디스 A2) 또는 A+(A1)정도로 평가가 박한 편인데 반해 한신정평가는 AA(Aa1) 평가를 내렸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오해가 나올 것 같은데요. 이 같은 차이의 근거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한신정평가가 한국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지정학적 위험과 재정안정성에 대한 견해입니다. 한신정평가도 북한과 관련된 위험을 잘 알고 있으나, 공고한 한미동맹과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했을 때 전면전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결론적으로 한국의 신용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재정안정성 측면에서도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재정수지는 매우 건전하며, GDP 대비 정부부채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국민 복지와 관련된 지출이 부담이긴 하나, 2040년 이후에나 현실화될 부분이며 그동안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필요한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식인데요. 단기간 내에 세계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발자취가 미미하기 때문일 텐데요. 향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영향력을 이제 막 정부신용평가를 시작한 한신정평가가 일시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하지만, 한신정평가의 정부신용평가로 평가대상국 정부의 국채나 대상국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 주요 기업이 한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 발행 시 이자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것입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채권 투자나 기업의 해외 투자 의사결정에도 평가등급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Emerging Market의 국채나 회사채 투자에 국내 연기금이나 IB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한국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한국에서 국채나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임직원의 지혜를 모아 국내외 투자자들의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평가를 수행한다면, 언젠가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신용평가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용희 한신정평가 대표이사는 1969년 서울대 천문기상학과에 입학한 뒤 4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 30년에 걸쳐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옛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과 駐OECD대표부 공사를 역임했다. 2005년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2006년 한국신용정보 사장으로 나이스그룹에 합류했으며 이듬해 한신정평가 대표이사에 올라 진두지휘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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