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들' 과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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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들' 과 삼성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3월 23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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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길이 35km의 도버 해협이 있다. 이 도버 해협은 영국의 도버와 프랑스의 칼레 사이의 해협이며 칼레는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관문이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당시 당연히 영국으로부터 제일 먼저 침공을 당했는데 이 도시를 점령한 영국의 왕 에드워드 3세는 시민 중 6명을 처형하고 나머지는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목숨을 바치겠다고 자청한 6명이 칼레에서 가장 부자이고 권력있는 사람들 이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하여 칼레의 6명 시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역사가들은 이 이야기는 허구라고 말을 하지만 용감한 6명의 칼레 시민을 기리기 위하여 칼레시민들은 조각가 로댕에게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을 부탁하게 된다. 당시 화려하고 위엄있는 조각상을 원했던 칼레 시민들과는 달리 로댕은 죽음 앞에서 괴로워하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조각상을 만들게 된다.

칼레 시민들은 처음에는 조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안가에 방치했다가 머지않아 걸작의 가치를 알아보고 칼레 시청 앞에 전시를 하고 있다. 이에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은 생각하는 사람들, 지옥문과 더불어 로댕의 작품 중 가장 찬사를 받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청동 주물 조각의 특성상 몇 개의 카피 본을 만 들 수 있는데 로댕의 작품은 12개 까지는 진품으로 인정을 받는 다고 한다.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은 칼레 시청 앞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존재하게 된다. 칼레 시청앞 외에 파리 로댕 박물관에 하나가 있고 덴마크, 벨기에, 영국, 스위스에 하나씩 전시 중이다. 유럽 외에는 3군데에서 칼레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세계 최강국 미국에 몇 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명문 대학 스탠포드 대학에서 만날 수 있다. 민간 수집가인 제럴드 캔터가 로댕의 작품을 수집하여 스탠포드 대학에 기부했다.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에는 파리 로댕박물관 다음으로 많은 로댕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스탠포드 재학생들은 교정에서 칼레의 시민들을 보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슴에 새길 것이다.

일본에는 마츠타카 고지로라는 엄청난 미술품 수집가가 있다. 마츠타카 컬렉션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그의 컬렉션에 칼레의 시민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들의 모든 수집품을 기증하였고 동경 우에노 국립서양 미술관에서 그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칼레의 시민들은 미술관이 아닌 우에노 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로댕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 있을 것을 염두해 두고 이 작품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여러 점 일본, 마지막은 대한민국에 있다. 그 컬렉터는 삼성이다. 원래 남대문에 있는 삼성생명 건물에 위치한 삼성 플라토 미술관에서 전시 중 이었다. 삼성생명 건물을 매각한 후 미술관은 폐쇄되었고 칼레의 시민들 행방은 알 수 없다. 아마 호암미술관 저장고에 다른 삼성 컬렉션들과 함께 잘 보관 중일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삼성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하여 소유한 미술품들을 경매에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이 다. 개인적인 바람은 대한민국이 상속세 대신 삼성의 컬렉션들을 대물변제 받고 그것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하나 만들었으면 한다. 아마 전 세계 최고의 미술 박물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삼성의 수장은 수감 중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은 삼성의 창고 안에 보관 중이다. 상당한 아이러니이다. 칼레의 시민들은 삼성의 보관 창고도 아니고, 경매 낙찰자의 개인 정원도 아닌 모든 인류가 햇빛 아래에서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자리가 제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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