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령의 상생유통] 무죄 가습기 범죄…이게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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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령의 상생유통] 무죄 가습기 범죄…이게 끝인가
  • 김아령 기자 kimar@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3월 08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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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아령 기자] 아직도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며 분노케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지난 2011년 공론화된 이후 올해 만으로 10년이 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다. 피해자와 그들 가족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는 날이 올까 기대했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전직 임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판매한 제품의 원료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가습기 메이트'다.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이 함께 판매한 이 제품을 썼다가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이들이 모두 835명, 이 중 12명이 숨졌다.

가습기 메이트에는 한국 정부가 인정한 흡입 독성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담겨있다. 애초에 나와서는 안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체에 해가 없다고 표시·광고했다. 안전성 검증이 안된 것을 알면서도 제조·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 용기에는 '저독성을 인정받은 향균제를 사용해 인체에 해가 없는 제품'이라고 표시돼 있다. 신선한 공기로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줄줄 알았던 제품은 사실 '소리없는 살인마'였던 셈이다.

이들의 책임만 있을까. 제품 안전성을 제대로 감독해야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독성 예비시험에서 가습기 메이트를 누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모두 피해 수습에 제대로 나서며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달 25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조사기관인 환경부가 조사 차원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직적 은폐 등이 있지 않다면 사건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옥시 제품과 관련해서는 이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원료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셈이다.

이번 사건은 국민 건강을 훼손하는 어떤 기업의 불법행위도 용납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조사와 판매사는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있을 2심에서는 제대로된 판결이 나와 처벌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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