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한다] ① 매일·CJ, 특수 질병 환아와 수십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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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한다] ① 매일·CJ, 특수 질병 환아와 수십년 동행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3월 05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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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는 사회공헌"…농심·맥도날드는 소아암 가정에 온정의 손길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생산하는 특수분유(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생산하는 특수분유(사진=매일유업)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어느때보다 강조되는 요즘이다. 소비자들은 사회 소외계층을 돕는 기업에 '갓(God)' 또는 '빛'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공을 치하한다. 이는 은연 중에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컨슈머타임스는 사회에 귀감이 되는 착한 기업을 찾아 똑똑한 소비를 돕는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생명 위협 때문에 어른이 돼도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몇 만명당 1명이 발생하는 희귀병이지만 몇몇 기업은 이윤보다는 공익에 초점을 맞춰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장기간 돌봄이 필요한 난치암 환아를 독려하는 사례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매일유업은 식품이 아닌 전 산업계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착한 기업'이다. 20여년째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개발해온 것이 '미담'을 통해 전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체내에서 대사하지 못하는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한 특수 유아식이나 기타 음식으로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식이관리를 지키지 못하면 운동발달장애, 성장장애, 뇌세포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찍부터 특수분유를 섭취하고 식이관리를 시작한 아이들은 장애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매일유업은 1988년 해외 분유업체와의 기술제휴를 하던 당시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 내부 협의를 통해 1999년 10월 국내에서 발견되는 환아수 만큼 특수 분유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선천성 대사이상 특수분유를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 공정을 중단하고 오로지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제품 생산 전후로 24시간 동안 기계 내부를 세정해야 하며 충전 공정에서는 8시간 이상 별도의 라인정비를 진행해야 한다. 이 시간에 다른 조제분유를 생산한다면 약 4만캔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고(故) 김복용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동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신생아 6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페닐케톤뇨증(PKU) 환아들을 돕고 있다. PKU는 단백질 대사에 필요한 '페닐알라닌'이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는 선천성 희귀 질환이다. 정신지체나 신경학적 이상이 생길 수 있어 평생 페닐알라닌이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PKU 환자들을 위해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 수준으로 낮춘 '햇반 저단백밥'을 지난 2009년 출시해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그 동안 생산한 햇반 저단백밥은 약 170만개로 환자 200명 식탁에 하루 두 끼 이상 꾸준히 오른 셈이다.

제품 개발은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직원의 건의가 계기가 됐다. 2009년 3월부터 7개월간 총 8억원을 들여 연구한 끝에 10월 말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을 불태운 '재능기부형'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햇반과 비교하면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배 이상 걸린다. 쌀 도정 후 단백질 분해에 걸리는 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등 추가로 특수 공정 과정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가 200여명을 위한 제품이라 이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즉석밥 최고 기술을 가진 CJ제일제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확고한 기업 철학이 꾸준한 생산의 원동력이 됐다.

농심은 면역력이 약해진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생수를 지원한다(사진=농심)
농심은 면역력이 약해진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생수를 지원한다(사진=농심)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해 몸과 마음이 지칠 수 있는 소아암 가정에도 식품업계 온정의 손길이 닿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18년부터 백혈병소아암 환아들과 인연을 맺었다. 면역력이 약해진 백혈병소아암 환아들이 마시는 물 선택에 매우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간 농심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운영하는 전국 10여개 센터와 쉼터, 환아 200가정에 매달 백산수를 지원해왔다. 지난해는 환아 가족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지원 대상을 300가정으로 늘렸다. 이들 가정은 매달 백산수 500mL 제품을 3박스씩 받아 마시고 있다.

백혈병소아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아의 생일과 제2의 생일이라 불리는 골수 이식기념일에 맞춰 '심심 키트'도 선물한다. 심심키트는 환아의 나이와 성별, 개인적 취향을 고려해 장난감, 도서,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다.

맥도날드는 2019년 소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를 경남 양산에 위치한 부산대학교병원에 열었다.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장기 입원을 하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병원 근처에 함께 머물 수 있는 집이다. 주거 편의와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제공해 건강한 회복을 돕는다.

맥도날드는 어린이 메뉴인 '해피밀'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전국 레스토랑에 모금함을 비치하며 하우스 건립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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